고려대 등 8개 대학에서 치과기공과와 치위생과를 4년제로 전환할 것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년제 대학과 같은 학교 재단의 전문대학이 통폐합하면서 이들 치과 관련 학과들을 4년제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학교 재단측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나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치과계 전체의 인력수급 관계 및 기타 일어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 대학의 치과기공과와 치위생과는 4년제로 전환된지 2∼3년이 됐다. 지난 2000년 부산가톨릭대 보건과학대에서 치과기공과를 4년제로 전환한 이래 2002년과 2003년 두해동안 연세대, 한서대, 남서울대 등 3개 대학에서 치위생과를 4년제로 전환하거나 신설했다. 연세대의 경우는 치위생과가 치과대학병원의 인력수급 차원에서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대학 자체의 수련기관으로 운영해 오던 것을 정부방침에 따라 1997년 수련기관 입학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2002년 정식으로 4년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치과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수년 동안 4년제 허용 여부에 대한 공방을 벌여 오다가 교육부에서 2000년도에 치과기공과를 4년제로 슬그머니 허용하면서 치위생과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과계가 이들 학과들의 4년제 신설 또는 전환 과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교육 인플레 현상이었다. 과연 치과기공과와 치위생과가 4년제를 할 만큼의 기반이 돼 있는가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미 동일 직종인 의료기사 가운데 4년제가 없는 기사는 치과기공과와 치위생과 밖에 없었다며 4년제 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학문적, 기술적으로도 이들 학과가 보다 심화과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제 이미 4년제는 허용된 이상 다시 이러한 논쟁은 불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8개 대학이 각각 동일재단 아래 통폐합 하는 과정 가운데 무더기로 4년제로 전환될 경우 앞으로의 인력수급에 있어서 야기될 문제를 걱정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교육부가 4개 대학에 4년제를 무더기로 허용할 경우 앞으로도 이러한 신청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교육부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인력수급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결정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실제 정부가 가장 고려해야할 점은 이들 4년제 인력들의 사회진출 문제라고 하겠다. 치과계 특성상 병원급 의료기관보다 치과의원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들 인력들이 개원가에 진출할 여력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개원가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비싼 4년제 치과위생사를 쉽게 고용할지가 걱정된다. 치과기공사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에도 치과기공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치과기공소에 취직하기보다 봉급수준이 높은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는 인력이 많은데 과연 4년제 인력이 치과기공소에서 일하려들지 장담할 수가 없다.
정부는 대학 통폐합의 방침만을 고집해 이러한 치과계의 문제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4년제 학제를 반대할 시기가 이미 늦었지만 앞으로 예견되는 4년제 인력의 활용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성급한 결정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