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4 (월)

  • 구름많음동두천 27.0℃
  • 구름많음강릉 25.3℃
  • 구름많음서울 27.1℃
  • 구름조금대전 28.4℃
  • 흐림대구 29.1℃
  • 구름많음울산 28.8℃
  • 박무광주 24.8℃
  • 구름많음부산 26.2℃
  • 구름많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28.4℃
  • 구름많음강화 25.3℃
  • 구름많음보은 27.7℃
  • 구름많음금산 28.1℃
  • 흐림강진군 26.8℃
  • 구름많음경주시 31.2℃
  • 흐림거제 23.6℃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특별기고]의료법과 민중의술(民衆醫術), 그리고 로스쿨(1) /임철중 ·임철중치과의원 원장

‘의료법과 위헌’이라는 칼럼을 쓴 지가 어언 10년이 넘었다.(치의신보, 1994. 10. 15일자 참조) 의료행위를 비 의료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논지(論旨)였다. 무면허의료행위 금지규정에 대한 한 판사의 ‘위헌제청 결정’을 읽고 쓴 글이다. 보도를 보니 황종국판사가 아직도 그 일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처벌하는 의료법이 환자의 치료수단 선택의 자유와 건강권 생명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고 주장하며“이 나라의 법률과 판결은 뛰어난 민간의술을 감옥에 가두고, 하늘이 내려준 신의(神醫)라도 의사 자격증이 없으면 수갑을 채운다”며 비난한다.
언론에 인용된 문장 몇 줄을 가지고 시비를 가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황씨의 주장에 대한 문제점 몇 가지는 짚어봐야 하겠다.


“나라나 공공기관에서 일정한 기술자격을 인정해주는 면허”는 왜 필요한가?
첫째, 사이비(似而非) 기술자의 진입을 차단하여 국민을 보호한다. 둘째, 기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약자(弱者)니까, 면허자의 서비스거부나 폭리 또는 부정 서비스 등 부당행위가 없도록 감시 관리한다. 셋째 주기적인 보수교육 및 검증으로 기술의 품질유지는 물론, 향상을 도모한다. 넷째, 무고(誣告)나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면허자의 보호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는 쌍방에 모두 불이익이요,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당연한 전면금지 대상이다.
다음은 환자의 치료수단 선택의 자유문제. 종교는 몰라도 법률상 자살은 범죄가 아니고 자살미수도 처벌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해(自害)처벌법이 없으니, 양잿물을 마시든 제 몸을 아무에게나 맡기든 선택에 제한은 없고, 오로지 다 자란 성인이 면허 없이 ‘의사놀이’ 하는 것을 막을 뿐이다. 단, 자살방조죄는 처벌대상이다.


끝으로 ‘뛰어난 민간의술’이니 ‘신의’는 과연 누가 판정하고 검증할 것인가?
오랜 세월 축적된 민간요법을 체계화하고 과학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의학이요, 의학의 임상(臨床)제도를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게 법률화한 것이 의료법이다.


의술도 신의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함이 옳다. 효능이 증명되고 부작용을 제어하면 당연히 임상의학에 수용되고, 그래서 전문과의 숫자와 명칭은 항상 탄력적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포용력은 얼마나 너그러운가? 한(漢)의학을 민간의술, 대체의학의 수준에 두지 않고, 일반의학과 쌍벽을 이루는 한(韓)의학으로 격상시킨, 세계에서도 첨단을 걷는 개방형 의료제도가 아닌가? 무당이나 역술인의 정신과적 기여는 학계의 연구대상이요, 스포츠나 경락 맛사지 그리고 아로마 테라피는 물리치료다. 난치병에 비법을 자랑하는 여러 도장(道場)과 기도원, 비만이나 피부 관리실, 그리고 몬도카네식 보양음식이 지천인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다니엘 같이 명석한 무자격자의 변호사행위, 요리솜씨가 뛰어난 무면허자의 학교 단체급식, 곡예운전을 끝내주는 무면허 운전자의 대형 관광버스 운전 등등.


무면허자의 허용은 결국 피해자를 양산(量産)하여 사회를 어지럽게 한다. 정답이 아니다. 그렇게 뛰어난 분들의 비방(秘方)을 공식적으로 의료계에 보고하여 검증하고, 다수가 혜택을 받도록 유도함이 정도(正道)다. 또 하나의 길은 새로운 면허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 정골(整骨)의사의 정규대학이 있고, 영국에는 수만 명의 약초(藥草)의사 등 다양한 면허소지자가 있다고 한다.
진정한 민중의술의 전도사라면 시야를 넓혀, 법복을 벗고 정도로 나아감이 옳다.
입법기관이 아니라 법조삼륜(法曹三輪)의 중심에 선 현역(現役)으로서, 의료법을 탓하는 모습은 어쩐지 어색해 보인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