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김동주의 지구촌기행>
다니족을 찾아서 (完)

Journey to the stone age 김동주(김동주치과의원 원장) 다니족은 전형적인 씨족사회를 이루며 일부다처제이다. 다니족한테 돼지는 가축으로서 뿐만 아니라 부의 척도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니족의 결혼은 돼지의 거래로서 성립한다. 돼지가 많은 사람은 얼마든지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 선교사들이 들어간 이후만 하여도 75명의 아내를 거느린 사람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다니족은 한 울타리 안에서 보통 4-5세대 정도가 함께 공동생활을 한다. 울타리 안에는 호나이라고 불리는 돔(DOME)모양의 집이 여러 채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성인남자들이 거주하며 그 주변의 여러 채의 작은 움막에서는 여자들과 나이 어린 자녀들이 함께 지낸다. 작은 움막은 길다란 외양간 같은 것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는 돼지들을 키우며 부엌으로도 사용된다. 남자아이들도 성년이 되면 남자들의 움막으로 옮기게 된다. 남자들의 움막에는 여자들이 드나 들 수 있지만 여자들의 움막에는 남자들은 출입을 않는다. 큰 움막은 반경이 2M 정도로 키가 크지 않은 다니족들은 가운데 기둥을 중심으로 부채살 모양으로 잠을 자므로 열대명이라도 충분히 누울 수가 있다. 벌거벗고 지내는 마당에 무슨 ‘남녀칠세 부동석’이냐는 것은 우리들의 시각일 뿐이다. 결혼한 남녀도 물론 별거생활을 하게 된다. 이러한 특이한 주거형태는 남녀간의 성관계는 사람의 심신을 나약하게 만든다는 성에 대한 타부에 기인한다고 믿어진다. 임신 4개월 이후와 출산후 3-4년 까지는 성관계를 갖지 않는데 이는 여러 자녀를 한꺼번에 가지면 일하는데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니족 사회에서는 애를 기르는 것은 물론 밭일등은 여자들의 몫이다. 남자들은 밭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보호하며 틈틈히 사냥에 나서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이러한 것을 두루 살펴보면 이들한테 섹스는 단순한 종족보존의 차원이며 결혼도 노동력을 얻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다니족의 성에 대한 타부에도 불구하고 이곳도 사람들의 사회인지라 간통과 강간사건도 없지는 않다.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들통나면 그 해결방법도 또한 기막히다. 이들은 범죄의 댓가도 역시 돼지를 지불하여 해결을 하게 된다. 간통을 한 남자는 상대방 남편한테 죄의 댓가로 돼지를 지불하면 그 남편은 이 돼지로 또 다른 아내를 맞아 들일 수 있게 되는 기막힌 거래가 성립되는 것이다. 아내를 얻는 것은 노동력을 얻는 것이므로 결혼은 투자의 연속이기도 하다. 이래서 벌거벗고 사는 다니족한테도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있는 것 같다. 마을에서 돼지를 많이 보유한 사람은 그 마을에 어떤 행사가 있을 때에는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베풀어 그의 권위를 과시한다. 물론 많은 돼지를 내놓을수록 그의 권위는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다니족의 주식은 이페레라고 불리는 고구마이며 그 외의 약간의 농작물도 재배한다. 발리엠계곡의 토양은 비교적 비옥한 편이라 먹을 것은 모자라지는 않는 것 같다. 다니족의 마을 행사 때에는 돼지 잡는 것이 하나의 성대한 의식이다. 불행히도 나의 짧은 방문기간 중에는 지켜 볼 기회가 없었지만 아내를 마음대로 살 수 있을 만큼 귀중한 돼지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다니족한테 그리 많지는 않는 것 같다. 먹는 것이 단순한 다니족한테는 부엌이라고 할만한 시설도 필요하지 않다. 선교사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만 하여도 석기시대의 농기구를 그대로 사용하였으며 최근에야 삽이나 도끼등의 철기구를 다루게 되었다. 불씨도 나뭇가지를 꺾어 비벼서 손쉽게 얻으며 이러한 모습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다니족이란 말은 발리엠계곡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총칭이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또 여러 소수 부락으로 나뉘어 지는데 두 번째 여행에서는 그중 하나인 라니족을 방문하고 아예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였다. 라니족은 다른 다니족과는 달리 체격이 좋아 보였다. 특히 여자들은 가슴이 축 처진 다니족과는 달리 탄력이 있어 보였으며 어디서 구했는지 브래지어를 한 여자도 보였다. 남자들은 코데까를 보면 쉽게 구분된다. 가늘고 긴 코데까를 착용한 다니족에 비해 라니족은 짧고 굵은 것을 착용하지만 이것은 그 내용물(?)의 크기와는 비례하지 않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난번 지위카에서 본 춤과 노래는 단순하였지만 라니족의 춤과 노래는 서정적이며 화음을 이룰 줄 알았다. 마을의 젊은 남녀는 두 줄로 나뉘어 앉아서 서로 마주보며 노래를 부르며 손짓을 하여 마음에 맞는 짝을 고르는 ‘짝짓기 춤’은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미팅과 같은 것이었다. 라니족의 움막에서의 하룻밤은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 매우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가이드를 맡은 SI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