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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행복하게 사는 삶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었을 때 그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다. 건강을 잃게 되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떠나갔을 때 그가 남긴 빈자리를 보면서 비로소 그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이처럼 인생의 깨달음은 안타깝게도 늘 한발자욱씩 늦게 간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이유와 목적이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 의미를 깊이 느끼지 못하고 이유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을 뜨고 보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감사할 일 뿐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 때 세상은 얼마나 더 아름답고 행복할까. 한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어느 한순간 갑자기 바뀌는 경우를 자주 체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쁨 속에 살게되면 과거의 슬픔을 잊기 쉽고, 아픔 속에 살 때는 과거의 기쁨을 잊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기쁠 때도 자만하지 말고, 슬플 때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다른 이들이 볼 때 초라하고 비참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게 사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주 오래 전 한 성당에서 근무하다가 한 여성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 환자였다. 말도 잘 할 수 없었고, 혼자의 힘으로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몸이었다. 신부와 교우들의 방문이 그녀에겐 가장 큰 위로였다. 하루는 그녀가 아주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신부님, 저는 제 인생이 너무 보잘것없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쓸모도 없고 주위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는 저 자신이 몹시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전화선에 목을 감고 죽으려고 했었습니다. 제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입니다. 저는 늘 하느님과 부모에게 원망스런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쓸모 있게 창조 하셨다는 데, 저를 어디에다 쓰시려고 만드셨는지 묻는 것이 제 기도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기도 중에 하느님께서 이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받는 이 고통을 통해서 세상에 봉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 존재 이유이고 행복입니다.”
그녀는 그후에 자신처럼 고통받는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게 되었다. 장애인으로 구성된 작은 공동체 안에서 소외 받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그녀는 지금도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 자신의 삶을 바치고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사실 자기 자신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더 큰 삶의 가치는 내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을 줄 때다. 그래서 사랑은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과 기쁨을 선사한다. 자신을 나누는 사랑의 삶으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일치하게 되고 선하신 하느님을 닮게된다.


우리도 눈을 뜨고 우리 주변을 바라보자.
사람들은 고통이나 불행이 찾아오면 그것이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때로는 누구의 죄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통도 우리 인생에서 하나의 신비이다.
적어도 성숙한 사람은 고난이나 고통을 죄 때문이 아니라, 시험을 시련으로, 시련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승화시켜야 한다. 고통을 당한 사람만이 같은 고통의 처지에 있는 사람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안다.
고통과 시련이 닥칠 때 과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이 고통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