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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화목한 가정은 모든 이의 소망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엄숙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안식일은 유대인들이 금요일 해질 무렵부터 다음날 어두워질 때까지 휴식하며 거룩하게 지키는 날을 의미합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킴으로써 오랜 역사 가운데 단결을 유지해왔으며, 그날은 하느님과 맺은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게 해주는 즐거운 날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현대인에게 안식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대인은 누구나 바쁘고 지쳐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고 순간의 휴식마저 잃어버리고 삽니다. 사람과 일에 지쳐서 “오늘은 혼자서 조용히 꼭 하루만이라도 푹 쉬고 싶다”는 바람을 누구나 공감합니다. 일상사를 잊고 떠나고 하루라도 진정한 심신의 휴식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유명한 발명가 에디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80세인데도 원기 왕성하게 하루도 쉬지 않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을 아십니까? 나는 결코 쓸데없는 일로 나를 피로하게 하지 않습니다. 앉을 수 있는 곳에서는 앉고, 누울 수 있는 곳에서는 누워서 몸을 쉬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쉬운 말 같지만 실제로 실행하기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영국의 위대한 수상이었던 처칠은 “내 활력의 근원은 낮잠입니다.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두 위인의 말은 무엇보다도 인생에서 휴식의 중요성과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신약 성서에 보면 제자들이 선교활동을 하고 예수님께 돌아와 활동한 성과를 보고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갑자기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함께 좀 쉬자”고 말씀하십니다. ‘한적한 곳’이란 사람들과 일을 잠시 잊고 떠날 수 있는 장소와 상태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그러셨을까요? 예수님과 제자들은 밀려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지쳤던 것입니다.


우리들도 피곤한 일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훌훌 털고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과 사람에 지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충전뿐만 아니라 휴식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휴식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찾게 해줍니다. 철학자인 파스칼도 “인간의 불행은 단 한 가지, 조용하게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한적한 곳’은 바로 외적인 고요와 침잠의 장소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결국 ‘자기 자신과 만나는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존재 목적과 가치를 상실하고 방황한다면, 아무리 인기가 좋고 명예와 권력을 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진정한 휴식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이며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휴식은 모든 노동에서 해방되어 자신과 이웃이 함께 진정한 자유인임을 깨달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잘 쉬고 휴식하는 것은 일을 잘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안식(휴식)도 창조(일)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적한 곳에서 나 자신과 만나고 자기다움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던 길을 멈추어 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멈추는 것은 결코 뒤쳐지거나 후퇴하는 것이 아닙니다. 멈출 줄 아는 것은 지혜로운 행위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지혜를 바탕으로 살아간다면 피곤하고 힘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다시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과 주위를 진정으로 돌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휴식은 ‘나 자신’을 잘 알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게 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