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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천주교서울대교구홍보실장 허영엽신부]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몇해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李秀賢)씨는 당시에 일본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는 술에 취한 한 일본인이 선로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선로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때 마침 플랫폼으로 들어오던 전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의로운 죽음은 일본인들에게 희생과 용기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었습니다. 인간의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기쁨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늘 기쁠 수만은 없습니다. 어떤 때는 고생스럽지만 참된 보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급우 중에서 가난한 사람을 동급생들이 모두 힘을 합해서 도왔다는 이야기, 자기 목숨도 위태로운데 용감히 물에 뛰어들어 익사 직전에 있는 친구를 구한 이야기,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그 외에도 우리 주위에 무수히 있습니다.


사람의 가치는 용모가 잘생겼다거나, 재주가 있다거나, 돈이 많다거나, 지위가 높다거나 등 이런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모가 잘생겼고 재주가 있고, 또 부잣집에 살고, 지위가 높아도 사람됨이 올바르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경멸합니다. 이것을 보면 사람의 가치는 역시 그 인품에 있고, 또 진, 선, 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진리, 정의, 사랑에 있습니다. 진실된 인간, 정의로운 인간, 사랑에 가득 찬 인간이 훌륭합니다. 그런 분들이 우리를 감동하게 하고, 세상을 감화시키고, 인류의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 됩니다.


큰 건물, 큰 공장, 큰 도시, 물질적인 부가 이 나라를 반드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한 나라가 잘되려면 그런 경제적 발전도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가 전에 비하면 이런 점에서 많이 발전한 것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물질적 발전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정신의 발전은 소홀히 해서 결국 모두 물질주의에만 빠지게 됩니다. 인간의 가치보다 물질의 가치를 더 숭상하게 된다면 이기주의적 인간이 됩니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는 남을 속이고, 남을 해치고, 짓밟는다면 그런 나라, 그런 민족은 결코 훌륭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진실이 없고, 정의가 없고, 사랑이 없으면 그 사회는 암흑 사회입니다. 그런 민족은 미래가 없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부터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처럼 미움보다는 화목을 심고, 다툼이 있는 곳에는 용서를 심고, 불신이 있는 곳에는 믿음을 심고, 절망에는 희망을, 어두움에는 빛을 심는 그런 참되고, 선하고, 용감하고, 사랑에 찬 인물을 많이 가진 민족이 정말 위대한 민족입니다.
한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도, 한 민족을 위대하게 하는 것도 물질이 아니고 고상한 정신입니다. 진리, 정의, 사랑에 찬 거룩한 정신입니다. 이것을 보면 인간의 가치는 선행에 있고, 미덕에 있고, 진실과 정의를 사랑하는 양심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