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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크리스마스 선물이 주는 교훈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생각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오 헨리가 쓴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단편소설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한 번쯤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두 부부가 성탄절을 맞게 되었습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델라는 혼자 쓸쓸하게 울고 있었습니다. 성탄절인데도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선물을 살만한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울한 마음으로 거울을 바라보던 델라는 자기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미용실을 찾아가 잘라 팔았습니다. 머리카락을 20달러에 판 델라는 남편의 시계에 아주 잘 어울릴 멋진 시계 줄을 선물로 샀습니다. 시계는 훌륭했지만 시계 줄이 낡아 몰래 시계를 꺼내보곤 했던 남편에겐 가장 좋은 선물이 될 듯 싶었습니다. 저녁때 집으로 돌아 온 남편은 머리를 짧게 자른 아내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랍니다. 남편이 화가 난 줄 안 델라는 머리를 자르게 된 이유와 그것이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남편이 건네 준 선물 상자를 연 뒤에야 델라는 남편이 왜 자신을 보면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선물상자 안에는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아내를 위해 산 예쁜 머리핀이 들어 있었습니다. 델라는 머리핀을 미소를 지으며 눈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준비한 선물인 멋진 시계 줄을 남편 짐에게 내보였습니다. 시계 줄을 본 남편은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보, 크리스마스 선물은 잠시 보관해 두기로 하지. 나는 당신의 아름다운 머리칼을 장식할 머리핀을 사기 위해 시계를 팔아버렸어.”
가난하지만 두 부부가 맞는 성탄절의 한없이 따뜻한 사랑이 눈에 선합니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고마운 분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할 때, 오 헨리의 이야기를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 담긴, 사랑에서 비롯된 선물이 좋은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선물로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성탄은 모든이에게 기쁨을 줍니다. 특히 예수님은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탄생은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지만 특히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더 큰 기쁨이 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가장 약하고 보잘 것없는 존재로 이 세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33년 후 이 아기는 우리의 허물과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사흘만에 부활하여 우리의 생명의 주인이 되셨다는 이 사건이 복음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탄의 뜻을 되새기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탄은 우리가 죄악에 물들었던 어두운 삶을 청산하고 내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아기 예수님의 마음처럼 사랑으로 가득찬다면 우리는 다시 태어나는 기쁨을 누릴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더 정의와 사랑이 활짝 꽃피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