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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지혜로운 사람의 말 한마디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대표, 교수 등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이 나와서 정치 현안문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어느편의 주장이 올바르냐를 떠나서 그들의 말은 그야말로 거의 싸움 수준이었다. 상대방의 말에는 귀를 막은 채 일방적으로 자기말만 해댔다. 때로는 듣기 역겨운 말까지 섞어가며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냈다. 오히려 텔레비전을 보고있는 사람이 수치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정치 지도자들의 말은 일반사람들의 말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왜냐하면 지도자들의 말이 일반 국민들에게 주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도자의 말은 책임감이 뒤따른다. 많은 이들은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고 거리낌없이 이야기한다. 이 말은 정치 지도자들의 말에 실망을 느끼고 믿음을 가질수 없다는 의미를 갖는다. 적어도 정치 지도자들의 말이 국민들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한 말 때문에 국민들이 얼마나 좌절하고 불안해 하는 지를 잘 알아야 한다.
특히 지도자는 거짓말을 해서 위기를 넘기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마련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평가받는 잣대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말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공허한 것이 아니다. 말은 보이지 않는 형체를 지니고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어느 수도원 복도에 걸려있는 ‘말 한마디’라는 제목의 시를 본적이 있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무척 공감이 가는 글이다. 어느 경우에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이 있고 박해를 각오하더라도 꼭 해야 되는 말도 있다.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생의 지혜가 아닐까. 때로는 툭 내뱉은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인간관계를 단번에 끊어버린다. 또한 잔인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마음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말 한마디가 어두운 마음에 밝은 희망을 주고 세상을 살맛나게 해주기도 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말이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말 한마디 때문에 천냥 빚을 지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많은 말을 한다. 어떤 이는 말을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에 비유한다. 좋은 말, 사랑스러운 말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항상 좋은 열매를 맺지만 험담과 악담의 씨앗을 뿌린 이는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되고 고통의 열매를 따야 한다는 것이다.


교만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경솔한 말로 인해서 치욕스런 징계를 당하고,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말로써 남을 해롭지 않게 하기 때문에 자신도 해를 입지 않는다.


그런데 말은 일종의 습관이다. 그래서 한번 몸에 배어버린 말버릇은 쉽게 고치지 못한다. 인격을 갈고 닦아 수련하듯이 말도 갈고 닦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아끼고 어느 경우에도 신중함을 잃지 않는다. 항상 실수가 없도록 혀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사도 야고버의 말씀이 새삼스럽고 중요하게 느껴진다.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은 온몸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완전한 사람입니다."(야고 3, 2).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 좋은 말만 하고 살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