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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천주교서울대교구홍보실장 허영엽신부]“선한 사마리아 사람”


간경화로 위독한 상태에 빠진 아버지에게 두 딸이 간을 동시에 기증, 아버지의 생명을 살렸다는 기사가 감동을 주었습니다. 두 딸이 간경화에 걸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먼저 아들이 간 기증 의사를 밝혔으나 혈액형이 맞지 않아 이식할 수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큰 딸은 동생보다 자신이 당연히 간 이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검사를 받았지만 지방간으로 판정돼 간 기증이 어렵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둘째 딸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아버지에게 간을 떼 줄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둘째 딸은 평소 앓던 빈혈이 악화되면서 1개월을 기다린 끝에 간 이식수술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간 크기가 작아 혼자서는 안된다”고 만류했습니다. 그러다 둘째 딸의 지방간 증세가 호전되어 자매는 병원에서 간 일부를 동시에 이식하는 2대1 간 이식수술로 드디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 냈습니다.


이웃은 누구인가? 루가 복음서 10장에는 유명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웃 사랑’에 대해 나옵니다.
예수님이 이 비유에서 그 당시의 사제, 레위, 율법학자 등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빠져 있는 위선을, 신앙과 실천의 괴리를 지적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이 비유에서 이웃 사랑을 참으로 실천한 사람을 등장시킵니다. 그런데 그는 사제나 레위는 물론 아니요, 유다인도 아닙니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입니다. 사마리아는 먼 지방이요, 예루살렘에 가까운 예리고에 사는 사제나 레위에 비하면 먼 길을 가는 사람일뿐 아니라 유다 땅에서는 나그네입니다.


또한 사마리아 사람들은 유다인들과 사이도 나빴고 하느님의 선민으로 자부하는 유다인들에게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이방인과 같이 멸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진정한 이웃 사랑을 베푼 사람은 이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이웃 사랑은 결코 여러 계명의 하나가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계명의 중심이요, 완성이며, 그 전부입니다.
사랑이 없는 삶은 기쁨도 의미도 없는 메마른 삶입니다. 참된 삶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참으로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지녀야 할 근본 자세이며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 역시 바로 사랑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도 인간 상호간의 사랑입니다. 사랑에서 오는 존경, 상호 신뢰, 용서, 화해입니다.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의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교회에 잘 다니는 신자일지라도 또는 성직자나 수도자일지라도 사랑의 실천이 없으면 그런 신분, 그런 위치가 의미가 없다는 것 입니다.
반면에 사랑을 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면 그가 오히려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요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은 사랑의 실천을 행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