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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부부문제와 대화의 중요성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반대로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지기도 한다는 말일 것이다.


얼마 전 한 여류인사가 텔레비전 대담프로에서 결혼생활에 관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의 남편은 매일 저를 살인합니다. 흉기가 아니라 말로 살인을 합니다. 그러나 그이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많은 말을 한다. 그러기에 말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며 종종 남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친구와 마주 앉으면 습관적으로 하는 남의 험담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깨닫지 못할 때도 많다. 어떤 이는 말을 하는 것을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에 비유한다. 좋은 말, 사랑스러운 말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항상 좋은 열매를 맺지만, 험담과 악담의 씨앗을 뿌린 이는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되고 고통과 어려움을 안겨주는 열매를 따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말에 대한 지혜문학의 가르침은 대단히 많고 다양하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평가받는 잣대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말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한다.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일차적인 끈도 말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통해서 자신의 품위를 드러내고 다른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공허한 것이 아니다. 말은 형체를 지니고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교만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경솔한 말로 인해서 치욕스런 징계를 당하고,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말로써 남을 해롭지 않게 하기 때문에 자신도 해를 입지 않는다.


말은 인간을 명예스럽게 하기도 하고 파멸을 가져오게 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의 말은 삶에서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말 때문에 공든 탑이 무너지고 인간관계가 파괴되기도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삶, 그것은 무엇보다 먼저 혀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삶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이혼율 증가가 사회의 문제로 등장했고 최근에는 가족해체의 문제가 모든 사회문제의 원죄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가족을 ‘끈끈한 정"으로 엮어진 하나의 집단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다면 문제는 커진다. 사랑으로 맺어지거나 혈연으로 얽힌 어쩔 수 없는 집단, 이것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상 우리는 가족이나 부부관계를 그냥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문제의 시작은 보통 부부의 문제에서 시작하며 특히 부부간의 대화의 부족을 꼽는다.
에릭 프롬은 그의 유명한 저서 사랑의 기술(Art of Love)에서 사랑은 학습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대화는 지속적인 노력과 훈련이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그런데 부부사이에서 발생하는 작은 갈등은 서로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커질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보통 말버릇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갈 것이다. 한 번 몸이나 마음에 배어버린 것은 고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므로 처음 배울 때부터 올바르게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가장 잘 표현한다. 인격을 갈고 닦아 수양하듯이 말도 갈고 닦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늘 선하고 착한 마음으로 말을 한다. 또한 자제력을 지니고 말 한마디에도 심사숙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