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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탈무드는 유다인들의 보물창고

어떤 로마인이 랍비를 찾아 와서 “당신들은 하느님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 하느님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시오.”라고 말하며 가르쳐 주면 자기도 하느님을 믿겠다고 하였다.


랍비는 물론 이 심술궂은 질문을 못들은 척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랍비는 그 로마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태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시오." 그러자 로마인은 태양을 잠깐 쳐다보고는 소리쳤다. “엉터리 같은 소리는 집어치우시오! 어떻게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단 말이오." 그러자 랍비는 로마인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당신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인 태양조차 바로 볼 수가 없다면 어떻게 위대하신 하느님을 눈으로 볼 수 있겠소." 유다교에서는 모세오경 다음으로 중요시하는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유다인하면 탈무드를 우선 떠올린다. 탈무드는 유다인 정신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탈무드란 히브리어로 ‘가르치다"라는 의미로 유다교의 율법, 전통적 습관, 축제, 민간전승, 해설 등을 총망라한 유다인의 정신적, 문화적인 유산을 담은 책이다.


탈무드는 팔레스타인에서 발견된 탈무드(4세기 말경에 편찬)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탈무드(6세기경까지의 편찬), 두 종류가 있다. 전자는 ‘팔레스타인 탈무드’ 혹은 ‘예루살렘 탈무드’라 부르며, 후자는 ‘바빌로니아 탈무드’라고 부른다.


탈무드는 모두 1만2,000여 페이지에 이르고 20권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의 책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탈무드는 책이 아니고 문학이다. 탈무드는 기원전 500년부터 시작되어 기원후 500년에 걸쳐 천년 동안이나 구전되어 온 것들을 수많은 학자들이 수집 편찬한 것이다.
기나긴 세월을 살아 온 유다인들의 온갖 지적 재산과 정신적 자양분이 모두 이 탈무드 한 권에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 문명을 만들어 낸 문화의 양식이나 서양 문명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먼저 이 탈무드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탈무드의 시작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구약성서에 이른다. 그러므로 탈무드는 옛 유다인들의 사상을 모은 것이 아니라, 구약성서를 보완하여 그 지혜를 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탈무드가 책으로 엮어져 정착되기 전에는 스승에서 제자에게로 구전되어 전승되었다. 그러므로 탈무드는 내용의 대부분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내용의 범위도 광범위하여 모든 주제들이 히브리어나 아랍어로 기록되었다. 머릿말이나 맺는 말도 없는 자유분방한 체제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탈무드가 만들어지던 당시에는 내용이 양적으로 방대했기 유다인들은 탈무드의 일부분이 잊혀져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승자들을 각처에서 두루 모았다고 한다. 유다인들은 그때 전승자들 가운데서 머리가 뛰어나게 우수한 사람은 일부러 제외시켰는데, 그것은 탈무드를 전승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의견이나 소신을 가미시킬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소수의 유대인들만이 탈무드를 배우고 있다. 유다인이라고 해서 모두 탈무드를 배우거나 능통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유교문화권의 영향을 받고있는 우리나라에서 모든 사람이 사서삼경을 배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유다인 중 극소수인 정통파 종교인들은 자녀들에게 세속교육은 아예 시키지 않고 탈무드 교육만을 시킨다고 한다. 유다인의 진정한 힘이 바로 이 소수의 정통적인 종교적인 유다인에 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유다인들에게 최고 권위자는 다름아닌 바로 탈무드라고 할 수 있기때문이다.
탈무드에 대한 지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랍비이며, 그래서 랍비가 유다인들의 존경을 받는 권위자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