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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착한 목자와 그분의 음성


막시밀리안 꼴베 신부는 2차대전중인 1941년 2월 나치 독일군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는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다. 어느날 꼴베 신부가 있던 감옥에서 탈출자가 생겼다. 독일군은 수용소에 수감된 이들 중에서 열 명을 뽑아 굶어죽이는 형벌을 당하게 했다. 그때 뽑힌 유태인 한명이 울부짖었다.


“난 사랑하는 아내와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죽을 수 없다.”
“내가 저 사람 대신에 죽겠소.”


대신 죽겠다는 말에 주변에 있던 독일군과 수용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꼴베 신부는 그 사람을 위해 대신 죽겠다고 자원했다. 그 행동은 독일군에게까지 큰 감동을 주었다.
결국 꼴베 신부는 한 사람을 위해 대신 형벌을 받고 죽어갔다. 꼴베 신부는 사제로서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고통과 십자가의 죽음의 길을 기꺼이 따랐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바쳐 희생과 사랑의 제물이 되었던 것이다.


성서에 보면 착한 목자의 이야기가 나온다.(요한복음 10장 참조)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생명을 바친다. 예수님은 바로 자신을 목자에 비유하신 것이다. 또한 도둑과 강도와는 전혀 다르며 양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가르치신다.


양떼를 치고있는 목자나 어깨에 어린양을 메고 가고 있는 목자의 모습을 그린 성화가 많다. 목자라는 칭호를 고대 왕들에게 자주 붙인 것만 보더라도 목자를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왕을 지상의 대리자로 생각했는데 곧잘 왕을 목자의 이미지로 나타냈다. 구약성서에서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를 목자와 양떼로 비유했다. 그리고 신약에 와서는 목자를 그리스도의 전형으로 제시한다.


복음의 비유에서 보면 그리스도는 길 잃은 양을 찾는 목자로(루가 15,4-7 참조) 소개하셨다.
오늘날 호주 같은 나라의 대평원에서 수백, 수천 마리에 이르는 양떼들을 키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많은 양들을 목자들은 말을 타고 뒤에서 몰이를 한다. 그러면 양들이 놀래서 정신없이 무조건 앞에 가는 양을 따라 움직인다. 성서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목자가 양을 앞에서 인도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은 양들을 대개 한 군데서 풀을 뜯게 한다. 그리고 큰 울타리가 있으니 굳이 목자가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성서 시대에는 오늘날의 목자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했다.


목자는 이른 아침에 양떼들을 데리고 풀밭으로 나온다. 그리고 하루 종일 옮겨 다닌다. 풀을 뜯기고 물을 먹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목자는 앞서 가면서 양들을 인도한다.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듣고 따라간다. 양은 시력이 아주 퇴화해서 바로 앞도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양이 길을 잃어버리면 위험하게 된다. 시력이 약한 양은 목자의 모습을 눈으로 바라보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목자의 음성을 듣고 따라가는 것이다. 목자가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내거나 지팡이로 땅을 치면서 소리를 내면 그 방향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양떼 곁에는 항상 목자가 곁에서 위험한 맹수들로부터 지켜주어야 했다. 목자의 음성을 안다는 것은 생명과 관계되는 것이다.
사실 믿음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어떤 음성을 듣고 사는가? 적어도 내안에서 나에게 외치는 양심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느님은 이웃과 일상의 사건을 통해, 때로는 자연과 우리의 양심을 통해 당신의 음성을 우리에게 들려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