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4 (월)

  • 구름많음동두천 27.0℃
  • 구름많음강릉 25.3℃
  • 구름많음서울 27.1℃
  • 구름조금대전 28.4℃
  • 흐림대구 29.1℃
  • 구름많음울산 28.8℃
  • 박무광주 24.8℃
  • 구름많음부산 26.2℃
  • 구름많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28.4℃
  • 구름많음강화 25.3℃
  • 구름많음보은 27.7℃
  • 구름많음금산 28.1℃
  • 흐림강진군 26.8℃
  • 구름많음경주시 31.2℃
  • 흐림거제 23.6℃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마지막 날에 드러나는 가라지


교회에서 열심히 신심단체장을 맡고있는 A자매는 B자매에게 영 못마땅하다. 왜냐하면 A가 생각할 때 B자매는 소속 단체의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말썽과 분열만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A자매는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했다. “주님,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도 B자매를 이사가게 하시거나 스스로 우리 단체에서 나가도록 섭리하여 주옵소서.” 정말 기도의 효력(?)인지 얼마 안 있어 B자매는 멀리 이사를 가게 되었다. A자매는 이제는 우리 단체가 정말 문제가 없겠구나 하면서 흡족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전혀 생각지 못하던 C자매가 더 큰 골칫덩이가 되었다. 그러자 A자매는 다시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주님,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C자매도 없애주십시오.” 그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A야, 그러지 말고 네가 멀리 이사거거라.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을테니까...”
물론 우스갯 소리이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를 쉽게 판단하고 단죄를 한다. 사실은 자신안에 더 큰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자신의 약점은 관대하고 이웃의 약점은 용서를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예수님은 밀밭에 가라지가 많이 생겨도 당장뽑지 말고 추수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라고 말씀하신다. (마태 13장 24절 이하) 인간의 판단은 완전치 못하고 오로지 추수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강조하신 것이었다. 따라서 인간은 모든 것을 하느님께 신뢰하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심성중에 하나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마음이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생각과 판단은 가장 바르다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판단하고 단죄하기까지 한다.


가정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다른이의 단점을 자기마음대로 고치려고 한다. 마치 가라지를 뽑아 깨끗한 밭을 만드려는 유혹이다.


그러나 세상의 어느곳에도 선과 악은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사회에도 가정에도 내 마음속에도 항상 공존하고 있다. 이것은 거부할수 없는 진리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판단에는 내 자신도 쓸모없는 가라지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기적이고 편협한 눈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안에서 모든 것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온전히 밀과 가라지를 구분하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뿐이라는 겸손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우리의 판단과 결정이 얼마나 잘못되고 실수를 했는지는 우리 자신이 살아오면서 잘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판단과 결단을 내리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그 판단과 결단이 정말 얼마나 올바른 것이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때로는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시간이 흐른후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날때도 자주 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절대적일수 없고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면 다른이의 약점에도 기다릴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따라서 가족이나 형제가 못마땅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더라도 단죄하지 않고 참고 기다리면서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이웃 안에서 가라지를 뽑고 싶은 유혹이 들 때 우리 자신을 먼저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는 습관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