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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예언자는 고향에서 배척받는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잘츠부르크에는 1877년이래 해마다 7∼8월 두 달에 걸쳐 대대적으로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거리의 벽마다 창문마다 모차르트의 초상화가 붙어 있고, 곳곳에 그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18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유명한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생전에 이 도시에서 겪은 것은 극도의 천대와 무관심이었습니다. 유명한 소설가 존 스타인 백도 “자기가 태어난 고장에서 존경받는 작가란 없다"고 했습니다.


예수님도 그랬습니다. 이스라엘 모든 지역에서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예수님이자기 고향에서 냉대를 받게 되자 몹시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나자렛의 사람들은 예수님을 인간적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자렛의 사람들은 보잘 것 없는 목수에 불과한 예수가 하느님 나라를 설교하고 있었습니다. 이 나자렛 예수가 가문도, 학벌도, 그리고 직업도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변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설교를 조금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잘 안다는 자부심이 그분을 배척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무리 주옥같은 말로 가르치거나 열정을 다해 가르치더라도 그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려는 자세가 없을 땐 그 좋은 말도 열정도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우리는 경험하곤 합니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예수에 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알 수 없게 했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의 삶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특히 자신의 생각이나 욕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다른 이의 말과 행동을 순수하게 이해하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인간적인 지식으로만 이해하고 판단하려 했습니다. 사실 군중들의 몰이해는 바로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혹시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잘못 이해하고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우리도 오늘 예수님의 고향 나자렛 사람들처럼 형제들을 공평하게, 진실하게 대하지 않고 세속과 타성, 편견과 허영에 사로잡혀 가문이나 학벌, 또는 출생지를 물으며 형제들의 진실한 삶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비극이요, 슬픔이며 이 사회가 심하게 앓고 있는 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형제들로부터 공평한 대접을 받지 못하며, 비참하게 가문과 학벌 그리고 출생지의 종살이를 하며 불만과 불안 중에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예언자에게, 또 우리 신앙인에게 중요한 것은 가문이나 학벌 또는 출생지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그의 가르침에 따라 형제들을 공평하게 대하며 진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 때에 우리 가정과 이 사회가 앓고 있는 무서운 병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평생 자신의 몸을 가시로 찌르는 것 같은 병이 있다는 것을 고백했습니다. 우리도 자신의 약점을 인식하고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가문이나 학벌 또는 출생지에 대한 천대와 멸시를 당해 보아야 비로소 겸손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가장 약해질 때 가장 인간다워지고 하느님의 능력이 우리 안에 머무르게 됩니다.
겸손한 마음이야 말로 세상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하는 능력이 되게 합니다. 특히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우리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나와 함께 사는 부모님, 가족, 남편과 아내, 친구들을 과연 나는 올바르게 알고 있는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