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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다빈치 코드’의 올바른 이해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이 쓴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이 최근에 영화화 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세계의 반응도 무척 뜨겁다.
러시아 정교회의 알렉시 2세 총대주교는 영화 ‘다빈치코드"의 상영은 유럽 기독교의 뿌리가 약화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 다빈치코드는 자유수호라는 명분으로 전통적 도덕규범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해 권위를 잃은 그리스도교가 현대인들이 느끼는 위협에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시시하다는 사람부터 믿음이 흔들린다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소설의 내용은 인간 예수를 로마 제국과 교회가 하느님의 아들로 신격화시키고, 가톨릭교회는 수세기를 거쳐 오면서 예수의 자손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반응을 보인다. “뭐 이런 이야기가 다 있어. 정말 말도 안돼…”라며 아예 무시하는 부류 , “정말 그런가? 내가 믿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는 조작된 이야기…”라며 신앙의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금년 5월에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동시에 개봉되었다. 영화를 본 사람의 반응도 소설을 본 사람들과 비슷하다.
‘다빈치 코드"로 많은 이들이 신앙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또한 단 한 사람이라도 불필요한 갈등을 갖는다면 슬픈일이 아니다. 소설 ‘다빈치 코드"는 말 그대로 소설이다. 작가 댄 브라운이 하느님의 아들이며 인간이 되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하느님에 의해 사흘 만에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바탕으로 여러 소재를 이용하여 쓴 소설이다.


곧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fact) 위에 상상력을 펼쳐 만든 이야기(fiction)이다. 특히 영화는 상업주의와 연결되면서 진리나 진실은 온데간데없고 흥미만 남았다.
종교학이나 신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역사에 약간의 관심을 갖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작가가 풀어가는 논리의 허구를 금세 알아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예수의 인성과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is)"다. 작가가 예수의 인성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하는 영지주의는 오히려 예수의 인성을 부정해 그리스도교 교회 안에서 문제가 된 사상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 책을 읽는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데는 작가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미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남녀 주인공의 직업을 하버드대학의 종교 기호학 교수, 여형사인 암호 해독가로 독자에게 신뢰심을 갖게 한다. 또한 최후의 만찬, 비트루비우스 인간 등 꽤 유명한 미술작품과 영지주의, 니케아 공의회 등 한 번쯤은 들어본 사실과 콘스탄티누스 대제 등 역사의 인물들을 잘 조합했고, 성경의 인물 마리아 막달레나를 등장시켜 음모론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거룩한 것을 거룩하게 두지 않는 현대에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침을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이 영화를 마음 편하게 웃음을 주거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들처럼 미스터리물로 즐기면서 영화의 허구성을 찾아본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진실로 믿어버리는 사람은 드물다.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기 전에 기억할 것은 어떤 경우에도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