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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영엽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휴식이란 무엇인가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을 사랑하시어 처음부터 주일을 지키라 명하셨고, 안식년(安息年)과 희년(禧年)까지 마련하여 땅과 가축들과 노예들도 쉬게 하라고 하셨다(레위기 25,1-7). 예수님도 전교를 하고 돌아온 사도들에게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좀 쉬자”(마르 6,31)고 말씀하셨다.


Recreation은 Re(다시)와 creation(창조)가 합해진 말이다. 따라서 휴식도 하느님의 창조질서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엿샛날까지 하시던 일을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새로 지으시고 이렛날에는 쉬시고 이 날을 거룩한 날로 정하시어 복을 주셨다”(창세 2:2-3).


노동과 휴식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천지창조를 통하여 분명하게 가르쳐 주신 계명이다. 사람은 육체를 통해서 일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일이나 육체적인 일이나 오래도록 계속할 수는 없다. 건강을 유지하고 더 능률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마다 피곤을 푸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휴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늘날 사회는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전문화한 일을 요구하고 있으며 언제나 긴장된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되어 있다. 더구나 기계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장시간 일을 하는 직종이 늘어나고,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짓는 데도 옛날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다음 일에 새롭게 임하기 위하여 마음의 긴장을 풀고 심신을 쉬게 하려는 의도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휴식을 취한다는 본의에서 벗어나 죄를 범하게 되는 수가 있다. 휴식에는 오락이 따르고 긴장이 풀려 정신이 해이해진다. 휴식이라는 핑계로 생활규범을 깨뜨릴 수 있다.
장기, 바둑, 전자오락과 같이 지능을 많이 쓰는 오락은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피곤을 더할 수 있다. 또한 내기로 흐를 수 있는 오락은 지나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가계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액수를 내기에 쓴다면 노름이 된다.
오락과 함께 탐식, 음주 등이 지나치면 지성과 자유의지를 무디게 하고 오히려 육체의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항상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즐겨야한다. 신자로서의 품위를 생각해야 한다.


휴식한다고 TV앞에 선택의 여지없이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오히려 피로를 더하고 정신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휴식을 즐긴다면 가족 서로간의 기쁨과 격려와 위로를 나눌 수 있다.
요즈음 교통이 편리해지고 차량의 소유가 많아짐에 따라 여가를 즐기기 위해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은 기분 전환이나 강박감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지리, 역사 공부는 물론이고 각 지방의 풍물을 대하며 견문을 넓히고, 함께 여행하는 사람과 정을 두텁게 한다.
효과적인 휴식을 위해서는 여행의 목적과 계획을 세밀히 세우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와 의견 충돌이 따르고 오히려 짜증과 후회를 낳게 된다. 일을 쉰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가치를 위해 헌신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