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이승건의 여행스케치>
울진 소광리

미인송(松)의 가슴둘레는 85센티? 소광리에는 꼭꼭 숨겨놓은 보물이 있었으니 바로 아름드리 황장목이었습니다. 금강송(松)이라고도 하는데, 트레킹을 시작하는 초입에 조촐한 전시관이 있었고, 그 맞은편에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보호수가 서있었습니다. 높이는 3,40미터쯤 되나요. 어른 두엇이 둘러서서야 밑둥을 껴안을 수 있었지요. 적벽돌처럼 붉은 나뭇기둥과 가지는 긴 세월을 휘어지고 꺾이면서도 오묘한 아름다움으로 힘차게 서있었습니다. 푸른 하늘을 힘껏 떠받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지요. 그 앞 개울을 건너면서 우리들의 오지 트레킹은 시작되었습니다. 계곡 아랫쪽은 황장목 군락이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상을 받았다는 명성에 어울리게 숲은 고요하니 웅장하게 억겁의 세월을 품고 있었지요. 게중 눈에 확 띄는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밑둥서부터 하늘로 올곧고 붉게 올라간 기둥하며, 가지런하고 단정하게 층층이 뻗어나간 가지하며. 미인송(松)이란 푯말이 있었습니다. 가슴높이 둘레가 85센티라고도 써있었고요. 단정히 가르마를 빗고 곱게 한복을 빼어입은 미인도(圖)의 주인공 같았습니다. 그러한 미인송은 여러곳에 퍼져있었습니다.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니라 솔방울의 씨앗이 주위에 퍼져나가 이제 막 웃자라고 있는 어린 소나무 묘목들도 있었습니다. 옛날엔 이 곳 황장목을 지키기 위한 관청이 따로 있었다 하니 목재로써의 그 쓰임새가 아니고라도 빼어난 아름다움이 진작부터 사랑받았던 모양입니다. 임도를 한참 따라 올라가다 여기다, 싶은 계곡능선을 치고 올라서는데, 그 가파르기가 사람 숨 깔딱거리게 하고도 남았습니다. 더더욱 사람 다닌 흔적이란 눈 씻고봐도 없는지라, 길을 만들어가며 올라가야 했기에 금방 땀범벅이 되고 말았지요. 온갖 잡목들이 울창하여 앞사람이 눈앞에서 금방금방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희미해진 옛길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대장은 선두에서 열심히 헤쳐나갔지요. 오랫동안 숲은 사람을 잊은 듯 보였습니다. 새소리는 우리 가까이에서도 울렸습니다. 땅위에 짐승들 발자국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몇십년전 벌목했던 흔적도 있었습니다. 아름드리 나무의 밑둥이 허옇게 말라 있는 모습도요. 때론 몸을 좌우로 돌리기에도 숨 막히는 숲에 갇혔습니다. 뒤로 물러설수도 없으니 우리에겐 다만 앞으로 전진만이 있을 따름이었지요. 대장은 열심히 길을 개척해나갔고, 우린 그저 숨 죽이며 그 뒤를 따랐습니다. 트렉코리아 장정숙 씀 자연 문화 모험의 트렉코리아 www.Tre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