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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교수의 목요칼럼]치의학의 천동설과 지동설

천동설은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고, 태양과 행성, 별 등의 모든 천체가 지구의 둘레를 돈다는 설로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주장했는데 16세기까지 약 1400년 동안 믿어져 왔다. 16세기 말 코페르니쿠스가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며, 지구를 비롯한 모든 행성이 태양의 둘레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이래 지금 까지 정설로 받아 들여 지고 있다.


치과의사 면허를 받은 지 30년이 지난 이즈음 학창 시절에 열심히 외우고 시험 답안지에 채워 넣었던 이론은 틀린 답안인 천동설로 돼 버리고 새로운 이론인 지동설로 대체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은 치의학의 접근 방법이 너무 경험적이고 애매모호한 이론들을 일방적으로 목소리 높여 주장하기 때문인 것 같다. 더욱 경험이 일천한데도 마치 대가인양 다른 치과의사들을 가르치려는 세태를 보면 더욱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제일 황당하다고 생각됐던 이론은 예방 확대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충치 부위만 제거하면 될 것을 멀쩡한 와나 구를 모두 와동에 포함시키기 위해 저속 엔진에 물을 뿌려 가며 건전한 치질을 삭제하던 생각을 해 보면 억울하다 못해 분통이 터지는 한편 학생들에게 엉터리로 가르쳤다는 죄송한 마음 또한 금할 길 없다. 지대치 형성 시 치은 연하 0.5mm는 세균이 살지 않아 그곳에 변연을 설정해야 한다는 이론도 한 대학 교수가 주장한 내용이 50년 동안이나 비판 없이 받아 들여져 인상 채득 시 잇몸을 벌리는데 많은 치과의사들의 진료 시간을 허비하게 했다. 치은 연상에 변연 설정이 보편적인 요즘은 심미가 중요한 전치부를 제외하고는 진지 코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불소가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많은 치과의사들은 그 효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는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수돗물 불소화는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론도 나왔다. 실례로 소금 치약 판매량이 불소치약 판매량을 능가 하고, 불소를 넣은 Cement 인 Poly F 가 다른 cement 보다 판매량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면 충치 발생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 하겠다.


중심위 교합이 가장 후방에 위치한다고 해서 턱을 뒤로 강제로 밀어 넣어서 치료를 해 준 시절의 이론은 천동설이 됐고 요즈음은 환자에 편하게 해주자고 해 편한 상태에서 채득하거나 심지어는 앞으로 내밀어 교합을 완성해 주고 있으며 양측성 균형 교합이 좋다고 해 멀쩡한 자연치아까지 삭제해 억지로 만들어 주다가, 견치 유도 교합이 좋다고 해 견치에 이것저것 덧붙여 억지로 만들어 주기를 강요하던 시절도 있었고 중심교합과 중심위 교합을 일치시키도록 교합 조정하고 억지로 tripodism을 형성해 주던 학파도 있었는데 그 tirpodism은 측방 운동 시 외상성 교합이 됐던 것은 물론이다.


악관절 증후군 치료를 보면 더욱 황당해 초창기에는 Intermaxillary wiring을 해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Condylectomy까지 하다가 정신 이상이 아닌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MMPI 를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대체의학까지 도입을 시켜 불임, 오줌싸개까지 교합이 나빠 생기는 병이라고 주장 하는 등 천동설만 난무 할뿐 지동설은 선뜻 나서지 않아 치료에 불만을 가진 환자들에게 많은 치과의사들이 시달리고 있다.


엉터리 이론의 압권은 이쑤시개를 사용하면 잇몸이 상한다고 해서 음식점에서 사용을 금지 시켰지만 치주 책에서는 Stim-U-Dent라는 서양식 이쑤시개가 소개 되고 있으며 국소의치 제작 시 무조건 금관을 해주던 방식에서 요즘은 자연치아를 변형해 제작해 주는 경우가 많다.


21 세기 치의학 패러다임의 변화는 치료에서 유지, 관리로, 치아에 초점을 맞춘 충치 치료에서 치조골 보호 위주의 풍치 치료로, 경험에서 과학이 뒷받침 돼야 하고 단순 이론에서 통계·경영을 도입하고 전문화에서 통합화 과정을 거쳐 세부전문화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오늘의 지동설이 내일의 천동설로 전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