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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교수의 목요칼럼]악몽 같았던 5년 전의 새해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2월 19일 실시된 선거에서 총투표자의 48.9%를 얻어 이회창 후보를 2.3% 앞선 57 만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4년이 흘러 임기 1년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는데 취임 당시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득표율을 자랑했었으나 지금은 임기 1년을 남겨 놓은 대통령 중 지지율 최저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본인 자신도 중간에 퇴임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니 대통령이 된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된 원인은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정치역량도 문제였다고 생각 되지만, 그 보다는 16대 대선 후보 선정과정에서 월드컵 4강 진출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서 일약 대통령 후보 반열에 들었던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서 ‘노풍(盧風)’이 불었다가 월드컵 이후 ‘정풍(鄭風)’이 불고, 이어 두 바람이 주춤했다가 후보 단일화를 계기로 다시 ‘노풍’이 불어 역량을 검증하는 과정이 생략 된 채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 된다면 퇴임 후 가장 존경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될 처지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퇴임 후 살 집을 짓는데 대지 몇 천 평, 건평 몇 백 평 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못사는 사람을 위한다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행위는 분명 아니어서 존경은 고사하고 더 큰 비난을 받고 살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후보 단일화도 1000 여명에 전화를 해 알아보는 여론조사로 방법도 정당한 방법이 아니고 명분도 옹졸하기 짝이 없었다. 대선 때마다 통상적으로 거론돼 왔던 야권후보 단일화도 아니고, 두 사람이 모두 출마할 경우, 둘 다 대선 필패가 뻔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양보를 전제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싸워 승산있는 게임을 하겠다는 발상이 작용했다. 일종의 정치적 도박을 해 세계 정치사에 선례가 없다는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결정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단일화 작업에 참여한 두 여론조사기관의 결과 치 가운데서도 한 여론조사 기관의 것만으로 후보를 판가름하는 잣대로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1개 여론조사 기관이 ‘반이 연대"의 대선후보 단일화작업을 성사시킨 셈이다.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이 월드컵 4강의 주역인 붉은 악마들의 응원전에 적극 참여했고 후보 통합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이 선거 결과를 뒤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16대 대선은 지역갈등 외에 ‘세대 간 갈등’,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 을 낳은 최초의 선거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02년 16대 대선의 핵심 쟁점이던 이른바 김대업 병풍(兵風)사건은 조작이었음이 판명됐다. 이를 확인한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병풍의혹 제기 이후 이 후보 지지율이 11.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돼 있다. 대선 결과 노무현 후보와 이 후보의 득표율 차가 2.3%포인트인 것을 볼 때 병풍사건이 대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김 씨가 병풍의혹을 제기한 후 2002년 7, 8월 한 달 사이 KBS TV의 밤 9시 뉴스에서만 김 씨의 주장 관련기사를 무려 80회나 다뤘다고 강동순 KBS 감사가 강의에서 밝힌바 있다. 이 외에 당시 노 후보 소속 정당이던 민주당이 제기한 ‘이 씨의 20만 달러 수수설’과 ‘부인 한인옥 씨의 기양건설 자금 10억원 수수설’을 3대 의혹 사건이라 했지만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돼지해를 맞이하는 새해의 소망은 악몽 같았던 5년 전의 새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아 17대 대선에서는 말을 아끼고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 하는 분이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