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수)

  • 맑음동두천 26.6℃
  • 맑음강릉 26.9℃
  • 맑음서울 28.2℃
  • 맑음대전 27.9℃
  • 구름많음대구 27.7℃
  • 구름조금울산 23.6℃
  • 구름많음광주 27.2℃
  • 구름많음부산 23.1℃
  • 맑음고창 25.6℃
  • 흐림제주 23.0℃
  • 맑음강화 23.7℃
  • 맑음보은 27.1℃
  • 구름조금금산 27.8℃
  • 구름많음강진군 25.1℃
  • 구름많음경주시 26.5℃
  • 구름많음거제 22.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이재봉 교수의 목요칼럼]경로석 가변제


지난 84년 서울지하철 3·4호선이 완전 개통되면서 열차 1량마다 노인과 연약한 어린이, 병약한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12석의 ‘노약자석’이 있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은 “이 자리만큼은 노약자에게 양보하고 젊은이들은 앉지 말라는 의미에서 생겼으며, 20년이 지난 지금은 좌석이 비어있어도 젊은이들이 앉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정착됐다”고 자랑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만들어 논 경로석 때문에 경로효친 사상은 없어져 버리고 노인과 젊은이들의 세대 간 골을 깊게 하고 있다. 이제 지하철은 노약자석과 비(非)노약자석이 명확하게 구분돼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자리(일반석)를 굳게 지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노약자석이 꽉 찰 경우 일반석 어르신들이 오게 되는데 양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서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면서 노약자석은 왜? 누구를 위해 만든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경로석 때문에 웃지 못 할 일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세대 간 대결로 신문에 난 기사를 소개하면 지하철 전동차 일반석을 놔두고 노약자석에 앉은 20대 명문대생과 이 학생이 앉은 자리에 앉겠다고 고집한 60대 노인이 몸싸움까지 벌이다가 경찰에 넘겨진 일이 있다고 한다.


서울 K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전동차 안의 노약자석에 앉아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전동차에 오른 어느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이 왜 경로석에 앉아 있느냐”며 대학원생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원생은 할아버지의 말을 무시해 버리자 할아버지는 자리를 비켜주지 않고 빤히 쳐다본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전 씨의 MP3 플레이어 이어폰 줄을 잡아채 망가뜨리고 대학원생을 옆으로 밀치자 할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할아버지의 배를 발로 걷어차는 상황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경찰서에서 정식 조사를 받은 후 대학원생이 할아버지에게 사과하고 할아버지가 고소하지 않기로 합의해 없던 일로 정리됐다고 한다.


나이가 젊어 보여 봉변당하는 노인들도 있는데 박 모 씨는 경로석에 앉아 있는 주부 주모 씨에게 “나이도 어린 게 어딜 앉아 있느냐. 자리를 비켜라”고 했다. 주 씨가 항의하자 박 씨는 주 씨의 팔을 잡아당겨 끌어내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55·목수)씨가 오히려 주(56)씨보다 한 살 어린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경찰에서 “얼굴이 앳돼 보여 나이가 나보다 적은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박 씨는 이날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60대 남성이 전철 경로석에 앉았다가 나이가 어려 보이는 외모 탓에 동년배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0일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젊은 사람이 경로석에 앉았다”며 김 모씨(62)를 마구 폭행한 이 모씨(65)를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65세 이상의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등 약자가 노약자석을 이용하게 하자는 권고일 뿐이며 지하철 노약자석의 운영과 관련한 규칙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신 초기의 임산부는 표시도 나지 않으며, 몸이 아플 경우 아무리 젊어도 약자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않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명칭도 노인석, 장애인석, 임산부석 이라는 말을 노약자석으로 표기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비워두지 말고 젊은이들도 앉게 하고, 낮 시간에는 경로석 옆자리도 경로석으로 운영하는 노약자석 가변제를 도입해 심화되는 세대 간 갈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