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울증 진단에 사용되고 있는 진단기준이 범위가 너무 넓어 이에 해당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환자로 오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지난 3일자에서 미국 뉴욕대학의 제롬 웨이크필드 박사는 “우울증 진단기준에 해당되는 사람 중 25%는 생물학적 장애가 아닌 이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자연재해, 실직 등에 따른 ‘정상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웨이크필드 박사에 따르면 현재 정신과전문의들이 우울증을 진단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표준문진표는 슬픔, 피로, 불면증, 자살생각 등 여러 가지 증세를 나열하고 이 중 최소한 5가지 증세가 2주 이상 계속될 경우 임상적으로 우울증 진단을 내리게 돼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경우는 이러한 증상이 2개월 지속되어도 정상으로 간주된다.
웨이크필드 박사는 하지만 전국의 8098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깊은 슬픔과 실망을 느낀 적이 있는지, 그럴만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명 중 1명,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는 4명 중 1명이 우울증 진단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특히 그러한 증세가 상당기간 지속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중 임상적 우울증으로 분류될 만큼 증세가 아주 심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것”이 웨이크필드 박사의 설명이다.
웨이크필드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대해 고통스럽지만 그러나 정상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항우울제 같은 약물 투여가 적절치 않으며 다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조요법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웨이크필드 박사는 “정신의학에서 정상적인 고통과 비정상적인 증세를 구분하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왔다”면서 “정상적인 고통과 병적인 증세를 구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주관적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