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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교실>
무심코 한 한마디 - 환자에겐 심리적 부담 크다
홍정표(경희치대 구강내과 교수)

제공 : 대한구강내과학회 법치의학위원회 치아를 위주로 진단과 치료를 하던 지난날의 치의학은 이제 치아가 제 기능을 갖게 하기 위한 악구강계의 여러 기관들을 조절하고 치료해야 하는 차원으로 발전된 만큼 우리 치과의사들은 악안면 영역의 질환이나 증상에 대하여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생물학적인 기전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느 날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한 여성 환자가 이리 저리 눈치를 살피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수련의들의 문진을 마치고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 후 교수 진찰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였다. 순서가 되어 진찰실로 들어 온 환자의 차트에는 여느 환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악관절 질환의 일반적인 주, 객관적 징후와 증상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환자는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고, 교수의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혼신을 다하여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 뚜렷해 보였다. 이 환자는 이미 여러 군데의 치과 병, 의원을 찾아 진찰을 받았었고, 심지어는 몇 가지의 구강 내 장치물을 가지고 있었다. 이 환자의 주 증상은 머리가 조이는 듯이 아프고, 목과 어깨도 무겁다는 것이었는데, 식사를 한 쪽으로만 했기 때문에 그 쪽의 교근에 통증이 있고 최근에는 얼굴의 모양까지 심하게 일그러졌으며, 허리가 비뚤어 진 것 같고, 다리 길이도 한쪽이 짧아졌다고 한다. 환자가 이야기 할 수 있는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잘못 교육된, 근거 없는 표현들이다. 심지어는 어느 치과의사로부터 교합이 맞지 않아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며, 당뇨병, 천식, 알레르기 등의 각종 질병이 발생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면부에 발생된 통증보다는 앞으로 발생될 가능성이 있는 전신적인 문제에 대하여 매우 심각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환자는 역시 여러 병원을 방문한 후 본원에 내원한 악안면 동통 환자였는데, 치과의사로부터 방사선 사진 상에서 양측 턱뼈의 길이가 몇 mm차이가 있고 모양이 변해 있어서 앞으로의 예후가 심각하기 때문에 교합장치를 끼워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전 치아의 교합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크게 상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임상적인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아 간단한 치료로 증상해소가 가능했던 환자였다. 아마도 그 치과의사는 방사선 사진으로 양측관절의 길이를 몇 mm수준까지 측정하는데는 어려움이 있고 하악과두는 환경에 적응을 무척 잘 하는 조직으로 이루어 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양측 관절모양이 서로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과 악안면 동통의 경우 가역적인 치료가 선행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잠시 잊었었던 모양이다. 구취 환자도 마찬가지다. 한방에서는 속에 열이 있으면 구취가 난다고 한다. 그러나 한방에서 말하는 ‘속’이라 함은 해부학적인 ‘위장’을 말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치과의사에게 위장이 좋지 않아 구취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환자는 입 냄새보다는 위장장애에 대하여 더욱 걱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제 현대는 달나라에 토끼가 있다고 이야기하던 감상적인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이다. 더구나 치아를 위주로 진단과 치료를 하던 지난날의 치의학은 이제 치아가 제 기능을 갖게 하기 위한 악구강계의 여러 기관들을 조절하고 치료해야 하는 차원으로 발전된 만큼 우리 치과의사들은 악안면 영역의 질환이나 증상에 대하여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생물학적인 기전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심코 한 한마디로 환자들에게 커다란 심리적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