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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의 여행스케치>
‘소소선방 음악회와 금성산성’ 여행길
노적봉과 철마봉 이어지는 선 압권

주말 내내 회색 빛 비구름과 함께 했던 여행. 자연과 문화를 찾아 떠난 트렉 대원들에겐 계속되는 비가 정말이지 야속도 하다만 빗속에서도 자연에 순응하며 ‘소소선방’음악회와 ‘금성산성’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 기쁘다. 뜨겁게 대지를 다 녹일듯 내리쬐던 햇살과, 비바람에 하늘이 쩌렁쩡하는 뇌성과 잔운이 산허리에 걸려 선경을 자아내고 아름다운 저녁 노을에 서산이 벌겋게 물들고... 自然의 변화는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할 뿐인데 우리네 경박한 인간들은 비가 안와도 한숨이요, 뿌려도 원망을 하며 그저 속물스러울 뿐이다. 지난 토요일, 음악회 시간에 맞춰 여느 때보다 일찍 찾은 담양은 낮게 드리운 회색빛 구름에 고즈넉히 가라앉아 있었다. 음악회 관람을 위해 친구와 함께 내려온 서혜경 여우가 소쇄원 답사를 마치고 식당으로와 일행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떡갈비로 유명한 덕인관에서 담양 별미인 대통밥으로 저녁을 마친 후, 우천으로 담양군 회관에서 시작된 음악회에 서둘러 가니 막 시작한 풍물패의 신나는 농악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김가혜님, 박성일선생님과 반가운 해후를 나누고 일행들과 삼삼오오 붙어앉아 공연을 즐겼다. 테너‘빅 쓰리’공연이 안부럽게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된 공연속에 자그마한 읍내의 초여름 밤은 깊어만 갔다. 1, 2부로 나뉜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특별 출연한 박문옥가수와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소소선방으로 옮겨 항아리 가득 준비된 동동주를 권하며 한바탕 신나는 뒷풀이를 즐겼다. 출연진들의 뒷풀이 공연이 한차례 더 있었고 권커니 받거니 객지에서 맞는 파티에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대원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소소선방을 가득 메웠다. 밤이 깊어 아쉬움을 남기며 박선생님, 김가혜님과함께 담양호를 지나 추월산 가까이 숙소로 이동하여 계속되는 비를 걱정하며 잠을 청했다. 일요일 아침에도 비는 그칠 기미가 안보이게 계속 내린다. 식사후 대원들에게 비에 대비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섰다. 숙소 인근의 계곡과 현수교를 박선생님, 김가혜님과 둘러보고 빗속에 차를 몰아 금성산성 주차장으로 향했다. 계속되는 비에 금성산성 전체를 일주하기엔 무리인듯 싶어 노적봉과 철마봉까지만 왕복하기로 하고 산성으로 오르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약간 경사가 있는 산길을 약 10여분 오르니 잘 정비된 치성 끝부위에 누각을 이고 서있는 외남문이 홍두깨비 같은 빗속의 방문객들을 덤덤히 맞는다. 내리는 빗속에 산성은 텅 비어 있고 비안개에 노적봉이 멀리 뿌옇게 보인다. 내남문 누각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왼쪽 가파른 성채를 따라 오르니 금새 외남문이 저 아래에 작게 보이고 비안개 사이로 언뜻언뜻 담양호의 곡선 호안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그 뒷편에 버티고 서있을 추월산은 뿌연 안무로 보이지 않는다. 노적봉에 오르니 시야가 넓어져 담양 읍내와 담양호, 철마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평균 높이가 3~3.5m인 성채가 능선 마루를 따라 노적봉과 철마봉으로 이어진 형태가 만드는 풍광이 가히 압권이다. 특히 비안개 속에 희미한 형태의 우람한 철마봉과 가늘게 이어지는 성채, 비구름 사이로 보이는 담양호가 만드는 신비로운 조형미에 트레커들은 넋을 잃고 멍히 서 있다. “아, 이런 곳이 어떻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하고 탄성을 토한다.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철마봉으로 향하는 산성 성채를 따라 구불구불 대열을 만들어 나아가는 모습 또한 산성과 어울려 너무 멋지다. 드디어 철마봉에 오르니 멀리 남서쪽으로 노적봉과 담양읍내가, 발아래 오른편으로는 호안의 곡선이 예쁜 담양호가 보인다. 하늘은 계속 심기가 불편하신지 간간히 천둥 소리를 몰고 온다. 주위에선 제일 높은 지대라 낙뇌라도 떨어질까 두려워 서둘러 대원들을 이끌고 하산을 시작했다. 성채 안팎으로 산딸기가 지천에 피어 대원들의 발길을 붙든다. 검붉게 농익은 산딸기가 입에 살살 녹는다. 노적봉 가까이 성채위 돌틈새 구멍에는 땅벌(땡삐)들이 집을 짓고 있어 올라 올때에도 3명이 벌에 쏘였다. 무사한 대원들이 벌이 목숨걸고 무료로 봉침을 선사해 준거라고 수혜자(?)를 놀리며 위로한다. 벌집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려 벌이 집에 들어갔을 때 한 사람씩 후다닥 건너가며 예상치 못한 해프닝에 우린 마냥 즐겁기만 하다. 성채를 다 내려와 내남문 누각에서 김밥과 과일로 요기를 한 후 국내 유일한 노천법당으로 알려진 연동사로 내려갔다. 어제 소소선방에서 곡차를 함께 한 원행스님은 아직 오시지 않고 전보다 좀 수척해진 백구 두마리가 줄에 묶여 있어 안스러웠다. TV출연이다 뭐다 하며 인간들의 눈요기 행사에 지쳤나보다. 추적추적 오는 빗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