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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황재국 목사]목마른 인생

“인간에게는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는 절대공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 그 공간을 채우시지 않으면 인간은 공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성 ‘어거스틴’의 말입니다.


인간에게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는 절대 공간이 있다는 것은 바로 인간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존재라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인생은 기나긴 여행길과도 같습니다. 그 여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돌아갈 곳. 즉 출발한 곳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남부의 칼리하리 사막에는 독특한 종류의 산양들이 살고 있습니다. ‘스프링복(Springbok)’이라는 산양은 보통 20여마리씩 모여 풀을 뜯는데 때로는 수만 마리로 불어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이동하면서 풀을 뜯다가 행렬의 뒤쪽에 있는 산양들이 풀을 차지하려고 앞쪽으로 비집고 나올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뒤에 있던 양들이 앞으로 파고 들면 앞서가던 무리는 지지 않으려고 뛰기 시작합니다. 앞에서 뛰니까 뒤에서도 뛰고, 뒤에서 쫓아오니까 앞에서도 뜁니다. 결국 모든 양떼들은 전속력으로 달리게 됩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맹렬히 달립니다.

 

숨가쁜 질주가 계속됩니다. 왜 뛰어야 하는지, 어디로 향해 달리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남이 뛰니까 나도 뛰고, 뛰어야만 뒤 떨어지지 않으니까 무조건 달립니다. 그리하여 수 많은 무리를 이룬 양떼들이 초원을 지나고 사막을 건너 마침내 해안에 도달합니다. 바다를 향해 깎아지른 듯한 해안단구, 그 절벽에서 공포를 느끼지만 양떼들은 차례로 바닷속으로 빠져듭니다. 순간적으로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뒤에서 밀어붙이는 힘에 의해 차례대로 바다에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 후에는 바닷가에서 그들의 거친 숨결은 사라지고 죽음의 침묵만이 파도에 휩싸여 양들의 시체만 즐비하게 나뒹굽니다. 이러한 침묵을 가리켜 소위 ‘양들의 침묵’이라고 부를수 있습니다. 왜 뛰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앞만보고 마구 달리기만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이번 주 저희교회는 산과 바다를 느끼면서 전교인 영성수련회를 강원도에서 가졌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다가 한 번 쯤은 인생의 쉼표를 찍고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해보는 삶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정의합니다. 대자연 중에서 사람은 갈대처럼 상하고 꺾이기 쉬운 존재이나 사고하는 기능 때문에 만물의 영장으로 문화를 창조하여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오늘의 현대문명을 이룩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우리들이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에서 조사한 재미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약 50년전, 당시 사람들에게 생활 필수품은 72가지 였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절대로 없어서는 안될 것이 18가지 였습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생필품의 수는 496가지로 늘어났고, 절대필요한 것은 28가지가 되었습니다. 생활환경이 나아지면서부터 생활 필수품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소유와 행복은 비례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다음 세가지만 있으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첫째는 일용할 양식을 주신 것, 둘째는 몸과 마음의 건강, 셋째는 마음속에 간직한 희망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의 모든 것을 때에 따라 아름답게 창조하시고 사람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습니다.(전도서3:11) 신앙의 세계는 궁극적 진리를 향한 영원한 갈망의 세계입니다. 인생의 목마름은 절대자를 만나고 영적 신비를 경험할 때 채워지는 본질적인 과제입니다. 겉푸름으로 사는 인생이 아니라 속푸름으로 풍요로워지는 계절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