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제 폭발물 테러, 최루액 스프레이 등 치과를 향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의료인 폭행에 대한 법적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주고등법원은 지난 4월 29일 현주건조물 방화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70대 치과 환자 A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감형했다.
치과 치료에 불만을 품은 A씨는 지난해 8월 22일 치과병원에서 부탄가스와 인화물질이 담긴 상자에 불을 붙여 터뜨린 혐의로 재판에 올랐다.
당시 부탄가스가 여러 차례 폭발하며 발생한 화재로 의료진 및 건물 방문객 등 100여 명이 대피하는 피해를 겪어야 했다.
광주고등법원 재판부는 사제 폭발물 테러 사건과 관련 “손수 만든 폭발물에 불을 붙이는 등 치밀하게 계획 범행을 벌였다”면서도 “다만 환자가 자수한 점,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다시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치과 원장이 자신의 치아를 손상했다는 망상에 빠져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린 30대 환자 B씨의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의 원심을 유지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6월 10일 강원도 한 치과병원 진료실에 최루액이 들어있는 스프레이를 들고 들어가 치과 원장의 얼굴에 스프레이를 7∼8회 분사했으며, 이를 말리던 치과위생사에게도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로 재판에 올랐으나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 “의료진 대상 범죄 강력 처벌 마땅”
의료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협박해선 안 된다.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의료진 상해 야기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이하의 벌금, 중상해 야기 시에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선 치과 개원가에서는 치과 의료진을 상대로 발생한 강력 범죄 사건에 대해 법적 감형 등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이같은 법적 판단이 의료진이 아닌 환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는 의료진 폭행에 대한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 탓에 강력 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인 만큼, 치과 의료진 폭행 등 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높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성남의 한 치과병원에서 둔기를 휘둘러 직원들을 다치게 한 60대 환자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60대 환자 C씨는 한 치과병원에 둔기를 들고 들어가 치과 직원 등 2명과 이를 제지하던 직원 1명에게 둔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D 원장은 “치과의사가 소위 ‘동네북’이 된 것 아니냐”며 “애초에 의료법이 있는 이유가 의료인을 환자의 협박 등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왜 의사에게는 정당방위 수단도 안 주고, 환자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옹호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 원장은 “친구가 다른 나라 인권도 그 정도는 아니라면서 외국에 와서 치과를 하라고 한다”며 “손해는 착한 환자와 착한 치과 원장이 보는 게 아니냐”고 쓴소리를 남겼다.
# 치과 의료진 인권·안전 보호 받아야
일선 치과 원장들은 의료법을 강화해 치과 의료진 폭행 등 형사 사건에 대한 처벌이 보다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회원들에게 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주기적으로 안내하는 한편 폭력 피해 발생 시 고충 상담 및 신속한 법적 지원 등 후속 지원을 통해 안전한 진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찬경 법제이사는 “최근 치과 내 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치과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지, 폭력의 위험에 노출돼서는 안 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치과 의료기관은 예방 차원에서 CCTV 설치, 폭력 예방 안내문 부착, 폭언·폭행 발생 시 즉각적인 신고 및 증거 확보 등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또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진의 인권과 안전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