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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정 박사의 보험이야기]치과에서의 건강보험

‘치의신보’를 눈여겨 읽는 이들은 알겠지만, ‘건강보험’에 관련된 기사가 거의 매회 빠지지 않고 실린다. 대개 보험당국의 새로운 시책이나 심사기준 등이 소개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꾸준히 게재되는 내용 중 하나가 치과영역의 전체 진료비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의약계에서 치과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9년 5.8%에서 2007년 상반기 3.5%로 심하게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한방은 3.3%에서 3.9%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7년 7월 현재 보험에 참여하는 치과의사가 1만8959명, 한의사는 1만3900명임을 감안하면 변화의 정도가 더욱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최근에 발표된 통계를 보면, 전국 평균 기관 당 보험진료비가 의원이 월 2천626만원, 한의원이 964만원, 치과의원은 707만원이다.


이처럼 건강보험에서 치과의 지분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낮게 책정된 보험수가에 대한 불만으로 보험급여진료영역에는 무관심하게 되고, 반대로 비 급여 영역의 진료에 열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는 ‘세미나 리뷰’라는 신문을 통해 소개되는 유료 연수회의 내용이나 시행 빈도를 통해서도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주로 어디에 있는지 쉽게 짐작되는 바, 올 상반기 집계 결과 임플랜트, 교정, 레이저를 필두로 1천1백여 회에 이른다고 하니 혹시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는 수치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공부 많이 하는 것을 탓 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 치과의사 중에는 보험에 해당되는 진료를 열심히 하는 이들도 적잖이 있다. 그래서 간혹 그들의 보험 청구액이 평균보다 너무 많다고 심평원에서 현지 확인심사를 하거나, 보건복지부에서 현지조사(실사)를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정밀심사결과 부당, 허위 사실이 들어나기도 하지만 청구액이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소위 ‘양호요양기관’으로 판정받는 경우도 있다.


보험진료비 총액이 많은 치과는 과연 그 액수가 얼마 될까? 지방에서 혼자 소아환자를 주로 진료하는데 월 3천만원이 넘거나 더러 건수가 많은 달엔 4천만원이 넘는 치과가 몇 군데 있다. 서울에도 성인을 주로 진료하면서 같은 수준의 진료비를 청구하는 치과가 있는데, 아침부터 종일 10여 명의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험진료비 청구가 많은 이들 치과는 모두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고 있었다. 이 중에는 개원하고 10여 년차인데 모교에 1억 원의 발전 기금을 낸 이도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많은 수의 환자를 진료하다보니 비록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편안한 것 같았다.


‘치과 건강보험청구의 이해’라는 책을 쓴 한 젊은 유명 치과의사가 있다. 치과의사들이 일주일 정도만 보험에 대해 공부를 해서 올바른 청구를 한다면, 현 제도하에서도 청구액이 20%는 늘어난다며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도 하고 있다.
한편 요즘 동네 신문이나 유선방송은 물론 유명 일간지에 대한치과의사협회 심의를 필했다는 큼직한 광고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현행 보험제도의 틀을 생각하면 광고를 하는 이들의 심정도 얼추 이해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은행 바로 옆에 위치한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들었던 해부학교수님의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돈에 관심이 많아 치과대학을 선택했다면 당장 학교를 그만둬라, 대신 한국은행 금고열쇠 공부를 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신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님의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 기사도 생각난다. 그가 후학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좋은 의사가 되면 어떤 의료시스템에서도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은 수반되니 경제적 고수익을 목표로 삼으면 불행한 것이다’, ‘돈을 벌려면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좋은 의사란 겸손한 의사, 환자에게 반말하지 않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고리타분한 생각만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