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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황재국 목사]더 나은 본향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겨울은 계모’라는 말이 있습니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차츰 아열대의 기후처럼 변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긴 여름과 빨리 다가오는 추위때문에 봄, 그리고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듯합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에 관계없이 다가오는 민족의 명절 ‘추석’이 가까 왔습니다. 또 다시 민족의 대 이동이 시작될 것입니다. 다행이 올해는 추석 연휴기간이 길어서 고속도로가 붐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얼마 전 여름휴가 때 어느 분이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는데 어찌나 차가 막히는지 굼벵이 걸음으로 가고 있는데 약삭빠른 차들이 갓길로 질주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따라갈 수도 없고 눈치를 보고 있던 중 영업용 택시 한 대가 재빠르게 옆길 국도로 빠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답니다.

 

 순간 생각하기를 아마 운전기사가 지름길을 알고 있구나 하는 판단을 하고 핸들을 꺾어서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가다보니까 자기네 차량 뒤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의 차가 여러 대 줄을 이어서 따라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파른 언덕과 오솔길을 계속 따라 가도 길다운 길을 보이지 않고 점점 더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맨 앞에 가던 영업용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내리더니 이 분들의 차량 가까이 와서 손짓으로 유리창을 내리라는 신호를 하기에 창문을 내렸습니다. 뒤에 따르던 차량의 운전자들도 고개를 내밀며 택시 기사를 주목하고 있는데 그의 하는 말 “왜 자꾸 남의 뒤를 달라옵니까? 오줌 누러 들어가는데….” 어이없는 해프닝을 경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구약성경 ‘잠언’에 “어떤 길은 사람이 보기에는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도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고 경고하셨습니다. 인생은 길을 가는 나그네와 같습니다. 수많은 길 중에서 바른 길을 선택하여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자 같은이도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다.”신약성경 히브리서는 우리인생을 영원한 고향인 하늘나라를 향해 가는 나그네 길이라고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믿음의 조상들은 이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 살면서 더 나은 본향, 즉 하늘에 있는 영원한 세계를 소망하면서 살았다고 증언합니다. 한국인의 정서 속에 가장 깊이 농축된 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대중가요라 불리우는 유행가에도 ‘고향의 무정’, ‘꿈에 본 내 고향’, ‘머나먼 고향’, ‘흙에 살리라’, ‘고향이 남쪽이랬지’, ‘타향살이’, ‘나그네 설움’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곡들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노래집을 펼쳐놓고 가나다순으로 찾아보니 평균 7∼8곡마다 하나씩 ‘고향’을 주제로 만들어진 노래들입니다.


말을 못하는 짐승들도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것을 귀소본능이라고 하는데 인간도 자기가 돌아갈 영원한 하늘나라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창조주로부터 부여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땅을 나그네와 행인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그네를 영어로는 ‘필그림’(pilgrim)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순례자’입니다. 순례자가 지나가는 인생길에 모든 것을 다 이루려고 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욕심입니다. 순례자는 본향을 향해 가기에 영원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그네는 짐이 가벼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 명절, 우리의 육신이 고향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면서 영원한 본향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충족되는 기쁨이 넘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