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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황재국 목사]아름다운 벗(友)


우리의 조상들이 열 두 폭 병풍 속에 그려 넣었던 열 가지 동식물은 누구나 누리고 싶어 하는 장수본능에서 비롯된 그림입니다. 해, 달, 산, 돌, 물, 구름, 학, 사슴, 거북, 불로초(영지), 대나무, 소나무….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어 실제 12가지가 되는 십장생들은 단순히 장수의 소망을 뛰어 넘어, 나이를 먹고 세상 살다가 변해가는 인간 스스로의 모습 속에, 변치 않는 자연을 닮아가고 싶어 하는 숨겨진 갈망을 표현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10월이 깊어 가고 11월을 바라보니 도시 한 곳에는 이미 성숙해 버린 낙엽들의 아름다움이 그 깊음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온라인상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동무들 20여명 찾는 큰 행복을 누렸습니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며 지냈던 보석 같은 친구들의 얼굴을 보던 날, 이미 나의 마음은 행복한 기다림에 잘 익은 홍시처럼 금방이라도 나무에서 ‘툭’하고 떨어질 듯한 풍족함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직장도, 사는 곳도 모두 달랐지만 ‘친구’들의 이름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무척 좋아했던 홍랑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 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기를 바란다.


현대인들은 쏟아지는 정보와 과다한 업무량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삽니다. 그래서 인지 주변에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런 질병이나 갑작스런 사망 소식으로 깜짝 놀라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접합니다.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의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피해갈 수 없는 현실’도 ‘극복할 수 있는 현실’로 바꿀 수 있습니다.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 함께할 ‘친구’, 악의 없이 남의 말 주고받고도 말 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의 자리를 마음 한쪽에 마련해 보십시오. 지금, 시간의 욕심과 인생의 욕심과 경쟁하느라 마음 나눌 아름다운 친구들과의 관계가 dry 하지는 않습니까? 지금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벗이 필요합니다.


상담학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 2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털어놓기”와 “눈물 흘리기”입니다. 성경에 보면 친구관계의 모델인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이 나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칼을 겨눌 수밖에 없는, 죽이거나 죽어야만 하는 경쟁자로서의 인연이었지만 생명을 나눈 그들의 우정은, 세상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왕좌의 유혹 조차도 부끄러운 휴지조각으로 여기는 것을 보게 됩니다. 두 사람의 우정은 향기로운 사귐이었습니다.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그립습니다. “눈물을 함께 흘려 줄 친구”가 필요합니다. 나에게는 다윗과 요나단 같이 향기로운 사귐이 있는 ‘친구’가 있는지….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다윗이 돼 주고 요나단이 돼 주고 있는지. 오늘, 그 친구를 찾아가 잘 내려진 커피와 우정을 나누어 보십시오.


삶의 무게가 위로의 평안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벗과의 사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얻은 기쁨 그 이상의 만족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