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부족·비싼 진료비… 헝가리·체코로 ‘치료여행’ 급증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외국 여행을 떠나는 미국 및 유럽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영국인들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자국 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진료를 하는 치과의사들의 부족 때문에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한 영국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최근 들어 크게 급증, 4만여 명이 넘는 일반인들이 이 같은 고통을 피해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특히 치료시 통역이 동반되고 매우 정교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헝가리와 체코 등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밖에 태국, 멕시코, 인도, 폴란드도 저렴한 가격때문에 영국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영국 국민의 세금으로 재정이 충당되는 국립의료원(이하 NHS) 소속 치과의사들의 수가 턱없이 모자라 일반인들이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치료비가 비싼 개인 병원에 가는 것보다는 해외로 나가는 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국민 중 78%는 비싼 치료비나 의료진의 부족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자료가 나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주 국민 5000명, 치과의사 750명 등 총 5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된 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국민 중 5%는 이같이 비싼 진료비와 의료진의 부족 때문에 스스로 이를 발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긴 치료 기간도 부담으로 지적됐는데 응답자의 20%는 치과에 가더라도 새로운 인공치아를 심는 등의 치료는 받지 않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로 해외 치료여행 열풍이 영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년간 영국에서 치과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간 숫자가 모두 4만5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영국치과협회(BDA)는 이처럼 치과치료 여행의 실태를 인정하면서도 안정성을 이유로 해외 치료 여행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니겔 카터 BDA 회장은 “치료를 위한 해외여행이 값싼 대안이긴 하지만 잘못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달에만 약 30만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해외 치료여행을 알아봤으며 이는 지난달에 비해 50%나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