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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의 여행스케치>
백두대간 여덟 번째 구간 소백산 종주

구름은 산허리서 쉬어가고 안개는 능선타고 발을 재촉하네 지난 주말, ‘백두대간’의 여덟번째 구간인 소백산 프로그램은 이제껏 가장 많은 인원인 총53명의 트레커들이 참여해서 다녀 왔다. 많은 인원이 산행을 하게 됨에 따라 혹 불상사가 생기지나 않을까 염려도 되었었지만, 실족으로 인한 경상자 발생 외엔 전 일정을 잘 마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토요일 밤에 영주시 봉현면의 ‘옥녀봉 자연휴양림’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큰 식당에 모여 음식물(?)을 들며 즐거운 여흥시간을 가졌는데, 미리 구성한 조별로 서로를 알아가는 화기애애한 시간속에 밤은 깊어갔다. 이튿날, 아침을 조별로 만들어 먹고 휴대식을 준비하여 죽령으로 향했다. 죽령 매표소에서 시작하여 천체관측소까지 계속된 첫 6.5Km구간은 가랑비를 뿌리는 운무로 시계가 짧고 또 시멘트 포장길이라 다소 지루했었지만, 뒷편 죽령쪽 풍경을 보며 산마루 릉을 다들 쉬지 않고 단숨에 올랐다. 제2연화봉의 전파중계소를 우회하여 짙은 운무에 싸인 천체관측소에 이르러 건물 그늘에서 간식을 서로 나누며 잠시 쉬었다가 바쁜 걸음을 나섰다. 희방사길과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인원점검을 하고 계속되는 가랑비 속에 북동향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소백릉을 따라 비로봉으로 나아갔다. 남동향에서 불어오르는 바람따라 구름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능선의 장쾌한 풍광에 트레커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댄다. 운무가 걸쳐진 산허리와 빠르게 능선을 넘어가는 안개가 연출하는 풍광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선 볼 수 없는 산행의 또 다른 묘미가 된다. 또 능선길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꽃에 발길을 멈추고 냄새도 맡아보고, 만져도 보며 사진기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동자꽃, 두메투구꽃, 애기 원추리, 박주가리, 꿀풀, 하얀 취꽃 등 식물도감 없이는 도저히 알 수도 없는 갖가지 이름의 들꽃들이 트레커들의 바쁜 발길을 붙잡는다. 중위권에 위치하고 해발 1,000m 이상의 연봉으로 초원을 이루는 조건을 갖춘 소백산이라 다양한 종류의 고산식물과 산꽃들이 철따라 핀다.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의 꽃밭이 가히 ‘천상의 화원’이라 칭할만 하다. 길은 순탄하고 녹색의 산마루 하늘금이 정겨우며 바람따라 마구마구 흔들리는 풀들과 물기 머금은 들꽃들, 몸을 관통하듯 스쳐 지나가는 싱그런 바람, 빠른 속도로 능선으로 불어올라 온 몸을 어루만지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운무... 갑갑한 도시생활로부터 일탈하여 드넓은 초원과 일망무제의 광활한 조망이 그리울 때, 이 소백산은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제1연화봉과 1382봉을 지나 1395봉에 오르니 바람따라 흩어지고 모아지는 운무사이로 목장같이 초록색의 풀밭으로 뒤덮힌 비로봉이 멀리 보인다. 이어진 연봉들을 시원한 바람을 오른켠으로 맞으며 휘적휘적 나아가 적갈색 지붕이 예쁜 대피소와 비로봉이 한 눈에 드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모두 발이 땅에 붙어버려 꼼짝도 않고 환호성을 지른다. 언뜻언뜻 구름사이로 아스라이 멀리 내려다 보이는 좌우의 계곡들이 미쳐 못 느끼고 있던 백두대간의 고도감을 새삼스레 느끼게 한다. 소백의 상징인 비로봉을 배경으로 조별로 단체모습을 영상으로 담고선 생태보호를 위해 설치해 놓은 나무 통로길을 따라 비로봉을 단숨에 오른다. 의외로 정상부위는 밋밋하나 사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최고다. 멀리 우리를 기다리는 국망봉이 운무에 싸여 잘 보이지 않는다. 나직한 연봉을 몇개 넘어 큰 어려움없이 國望峰에 닿을 수 있었다. 國望峰 암봉 봉우리에 세상의 바람을 다 삼키려는 듯 이근식 선생님이 등산 스틱을 짚고 온 몸으로 바람을 향하여 바위정상에 서 계신 모습이 서울 세종로의 ‘이순신像’을 떠올린다. 國望峰은 그 이름이 뜻하듯 북으로는 중원지역의 켜켜 산들을, 남으로는 영남지방의 아스라한 산하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나라가 다 보이는’ 산봉우리라하여 옛부터 우측의 월출시 장관을 만드는 상월봉과 함께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신성한 제를 올리는 곳으로 이용되어 왔다 한다. 제한된 일정으로 북동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계속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대원 전원이 국망봉을 배경으로 사진 두 컷을 찍고 서둘러 서편의 어의곡으로 조별로 하산을 시작했다. 수림이 우거진 계곡따라 난 길은 찾기가 쉽지 않았고 초보 산꾼들에게는 산행의 또다른 묘미가 있는 계곡 백패킹 공부(?)를 제대로 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곁가지 계곡을 벗어나 어의곡으로 내려오니 수량이 늘어난 제법 큰 계곡이 나타나고 먼저 하산한 이문하, 장규필 대원이 랜턴을 들고 마중을 나와 반갑게 맞는다. 미끄러운 길이라 예상보다 오래 걸린 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