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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의 여행스케치>
"가을, 그 벼익는 마을"(下)
장정숙 (트랙코리아 회원)

여우님들, 벌써 조석으론 바람에 가을이 묻어 있군요. 지난 주말, 20명의 트레커들은 경북 안동 길안면의 대곡리와 용계리로 4차 오지 발굴 답사를 하고 왔습니다. 같은 하늘을 이고 있는 그곳 외딴 산하에서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은 세월의 흐름속에 무심히 버려진 비탈논과 집과 수목과 분교장과 오솔길들 이었습니다. 애환이 서린 집들은 균형을 잃고 스러져가고,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참깨 이삭들이 차지했고, 경운기와 우마차가 오가던 비탈길은 잡초에 뒤덮혔으며, 엉성하게 만들어진 허수아비만 아직 이삭이 들 팬 쓸쓸한 들판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대처로 다 떠나가 시들어가는 오지 마을에서 우린 호기를 부리며 시끌벅적했었죠. 부끄럽게도 철없는 아해들 마냥... 生과 滅, 오름과 내림, 白과 黑, 있음과 없음, 그리고 가장 무서운 忘却들... 그 모든 것들이 이 마을의 구석구석에 널려 있었지요. 다행히 몇 안남은 농가에도 풍요로운 인심과 외지인들을 부끄러워해 사진도 함께 못 찍은 복숭아빛 뺨의 해말간 아이들이 아직 숨어 있었습니다. 아하! 하고 우린 느꼈지요. 무조건 사라져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변해 가는 거라고... 그러나 우린 잊을 수 없습니다. 허공에 대고 외계인과 통신하듯 끝없이 토해내던 가멸동네 외딴집 넋나간 농부의 혼잣말을... 그 앞에서 상대적으로 온전한(?) 우린 할 말을 잊었습니다. 어찌보면 그 것 또한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르지요. 우리 모두가 끝없이 뭔가를 추구하고 그 세상에 빠져있는 것이 그 이와 다를바가 없습니다. 잠시 겉 포장이 다를 뿐이겠지요. 오랜만에, 멋적게 가공되거나 가식되지 않고, 세련스런 허우대가 아무 구석에도 없는 수수한 시골동네를 보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단, 계곡마다 농약에 오염되고 가뭄에 쪼그라든 물을 덮고 있는 오렌지 빛 녹조들이 돌아오는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