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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3)미친 사람들/조광현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어떤 정신과 의사의 말을 빌면 보통사람 4명중 1명은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닌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전 해외토픽에 미국에서 MAD란 잡지가 날개 돋힌 듯이 잘 팔린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경마에 미친 사람, 노름에 미친 사람, 바둑에 미친 사람, 종교에 미친 사람, 계에 미친 사람, 돈버는데 미친 사람, 사랑에 미친 사람, 춤에 미친 사람, 광산에 미친 사람, 감투에 미친 사람 등등 무던히도 많다.
하기야 무엇에 중점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실천하다 보면 주위로부터 애꿎게도 미친 사람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독서삼매(讀書三昧)란 말이 있다. 온 정신이 독서하는데 푹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모든 근심 걱정 잡념이 하나도 없이 오로지 책 보는데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소나기가 오거나 벼락을 쳐도 모를 그런 상태를 말한다.
책에 미친 것이다.
비슷한 얘기로 6·25때 어떤 병사(兵士) 둘이서 전투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갑자기 바로 옆에서 적의 포탄이 터졌는데도 모르고 바둑판에 쌓여진 흙먼지만 입으로 훅 훅 불면서 계속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바둑삼매(?)라고 할 수 있겠으며 따라서 바둑에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스개 만요(漫謠)로 술 잘 먹는 아들에게 술 못먹게 하느라고 술독에다 넣었다가 사흘 만에 꺼내 보니 안주 달라고 하더라는 이야기도 있고, 담배 잘 피는 아들에게 담배 못 피게 하느라고 굴뚝에다 넣었다가 사흘 만에 꺼내 보니 성냥을 달라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발명가 뉴톤이 열심히 연구를 하다가 배가 고파서 회중시계를 계란인줄 알고 끓는 물에다 넣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고, 하늘을 날고 싶어 백화점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사람(이상의 소설 ‘날개’의 주인공)도 있다.

 

이와 같이 대개는 집념이 너무 강하게 어떤 일에 집착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도 주위로부터 미친 사람 소리를 듣는 것이 보통이겠고, 이와는 좀 다르지만 거침없이 저사람 미쳤다고 말하는 그 사람 자신이 좀 모자라거나 미쳐 있는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골의 어떤 갓을 쓴 노인이 생전 처음 서울구경을 왔는데 차들이 홍수같이 밀리는 네거리 한복판에서 위험천만 하게도 호각을 불며 춤을 추는 사람이 있더란다.
사실은 그 사람이 바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 교통순경이었는데도 시골 노인은 잘 모르고 “저사람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하면서 서울에는 미친 사람도 많더라고 하더란다.


비슷한 얘기로 정신과 병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정신과 환자가 의사보고 저놈 미쳤다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미친 사람이 안 미친 사람보고 미쳤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사람도 많고 직업도 많고 기계문명도 복잡하고 생활양식도 다양하고 사회 구조나 법률, 윤리, 도덕 까지도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하거나 서툴러도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일시적으로 의식적으로 어떤 일에 미쳐 버리는 수도 있고 미친 척 하는 수도 많아서 유명한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고서는 미치고 안 미친 것을 제대로 판단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고 멀쩡한 사람보고 미쳤다고 한다면 당사자의 입장에선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요샛말에 몹시 억울한 소리를 들었을 때나 애매한 누명을 썼을 때 당사자는 미치고 환장을 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을 우리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어찌되었든 지간에 아무쪼록 요즘 세상에 남에게서 미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고집부리지 말고 어떤 일에 너무 깊게 몰두하거나 유별난 행동을 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지 말아야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