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는 수능을 5번이나 보고나서 24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전북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때는 대학이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그 무엇보다 값진 성과라고 생각했기에 수능 공부에 그토록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나름의 만족스러운 결과는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보다 먼저 대학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다. 같이 걷는 사람이 없었지만 내 목표만을 생각하며 버텼다. 2023년 여름, 총대표 선출일이 다가왔다. 총대표라는 직책에 대해서는 치과대학에 입학할 당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총대표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고 크게 관심이 없었다. 평범한 학교 생활을 추구했던 나는 어느새 동기들 사이에서 총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어떤 대표가 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해답을 찾기도 전에 내 눈앞에 놓인 많은 일들이 보였고 그 일들을 처리해 나가기 급급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2023년은 그렇게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2024
과정이 결과를 만들고, 자세는 과정을 만든다. 나는 여기에서 국가시험을 준비하면서 유지하고자 했던 마음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혹자는 이런 것보다 국가시험 고득점을 얻어낸 공부 방법이 더 궁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공부법에 특별한 것은 없다. 내가 많이 썼던 방법은 첫 글자를 따서 외우는 정도인데 이것은 전국 치과대학생들이라면 모두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에는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자세가 반영된다. 특히 시험을 준비하거나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이것은 더욱 돋보인다. 이 글은 그저 내가 27년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시험을 준비하며 얻어낸, 마음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이다. 향후 국가시험을 준비할 후배님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교만하지 말자. 보통 ‘교만하다’고 말하면 ‘잘난 체 하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것과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교만하다’는 뜻은 ‘아직 잘 모르면서 안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정의를 바꾸어 보면 사람은 교만해지기가 생각보다 쉽다. 공부는 안 했는데 시험에 대한 용기가 솟
주변에 치과가 개원을 하면 우리 치과에 환자가 줄어든다. 그건 여지없이 모든 치과가 겪는 일이다. 우리는 헤어샵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찾아다닌다. 잘 하는 헤어디자이너를 말이다. 가끔은 그 헤어 디자이너가 그만두면 그 사람을 따라가기 할 정도이다. 그런데 주변에 개원치과가 생기면 주변치과들은 일정기간 타격을 받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누가 개원치과로 가는 것일까? 대부분은 우리치과에 만족하지 못한 환자분들이 혹여나 저 치과는 좀 괜찮을까 싶어서 확인하러 간다. 이 치과에서의 나에 대한 관심이 마음에 들면 치과를 옮긴다. 이렇듯 만족하지 못한 환자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 곳도 별다를 바 없으면 원래 다니던 곳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을 만족하게 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환자관리를 잘한다는 모든 치과에서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환자 스킨십’이다. 자연스럽고, 친밀함을 주며 진료의 안정감과 따뜻함을 주는 스킨십은 좋은 결과를 주지만, 서투른 태도는 서로의 어색함을 부른다. 스킨십의 정답은 참으로 애매하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건 마취할 때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는 것이지만 이것도 대상에 따라서 연령대가 비슷하건
아주 어렸을 적 주말 행사가 있었다. 더운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주 빠뜨리지 않고 하는 행사는, 나는 아버지 손에 들리고 여동생은 엄마 손을 잡고 늦은 토요일 오후쯤 집을 나서는 것으로 시작했다. 열어 놓은 장독에서 새어 나오는 조선간장 냄새 같은 익숙한 살림살이의 체취로 채워진 골목을 지나면서 열린 대문으로 이웃집 마당도 힐끔 훔쳐보다 보면 골목이 끝나고 큰 공터가 나왔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 옆 인도라 말하기에도 애매한 비포장 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다시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시작해서 생선 비린내같은 익숙한 냄새가 느껴지면 어느새 시장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재래시장에 가면 또 다른 골목 세상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생활하던 골목길이 좁은 골목을 기준으로 좌우로 비슷한 모양과 색깔의 철문들을 가진 그만그만한 집들이 마주 보고 있었다면 시장의 골목은 반찬가게, 옷집, 이불집, 그릇가게, 신발가게, 철물점에 국밥집, 분식집 같은 식당가까지 갖추고 있는 일층 평면의 골목 미로로 이루어진 만물 백화점이었다. 안내 표지판도 없는 미로에서 아이쇼핑을 실컷하다가 익숙한 듯 길을 잃지 않고 시장 골목의 끝즈음에 다다르
장소는 인천 그랜드하얏트 호텔, 연자는 Dr. James L Vaden. 코로나라는 이름을 알기 전인 2019년, 2020년 2월 말에 개최될 정기총회의 연자로 섭외되셨던 선생님의 강의가 하루하루 증가하는 환자 수와 그들의 동선이 국가에 의해 보도되고 있던 시기와 겹쳐지면서 당연한 수순으로 취소되었고, 몇 달이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던 처음의 기대와는 다르게 거의 3년 이상의 시간 동안 정상화는 되지 않았습니다. 불완전한 바이러스와 이곳 저곳에서 발생한 전쟁들, 그리고 이상해지고 있는 지구의 기후들. 이 모든 것들은 예측이란 단어를 매우 불신하게 되어 오랜 시간 지켜지던 전통과 관습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2022년 Biennial Meeting을 참석하여 그곳에 혈혈단신 일본대표로 참가한 Sigemi 선생님으로부터 Vaden 선생님이 일본 pre-Tucson 코스의 강의를 위해 2023년 10월경에 일본으로 오실 것이라는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러했던 인연으로 이전에 놓쳤던 그 강의를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4박 5일 도쿄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강의가 있기까지 24시간이 조금 넘는 여유시간이 있었기에 강
나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 평범하고 안온한 삶 속에서 조금씩은 특별한 일들이 일어나야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 생기지 않겠는가? 내 삶 속의 새로운 도전이란 퇴사한 뒤의 유럽 여행, 스카이다이빙, 그리고 패러글라이딩 등과 같은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었다. 이러한 작은 재미를 누리는 와중 내 인생의 큰 틀을 바꾼 새로운 도전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대학원 진학. 학부생 때 시험이나 국시를 위해 동기들에게 내가 아는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그래서 잠깐 스치듯 생각했었던 대학원 진학의 꿈을 대학교 졸업쯤부터는 거의 잊고 살았었다. 대학교 동기들처럼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여 직장인의 평범한 삶을 살던 와중에 주위를 둘러보니, 내 주변 사람들은 전공에 맞는 직장에 취직하여 일하다 결혼하고 자식을 가지는 그런 따뜻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 무렵의 나는 나의 직업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싶다는 욕망이 생김과 동시에, 단조로운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어느 순간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 사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직장을 다니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디저트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
병원에서 실습생들이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2005년 치위생사 첫 출근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으로 밤잠 설쳤던 때가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치위생사로 7년을 일한 뒤 상담실장, 총괄실장을 거쳐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고객관리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커리어의 절반이 훨씬 넘는 기간을 고객과 함께 했습니다. 고충도 있었지만 보람된 기억이 많은 걸 보면 이 일이 천직인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저는 병원 매출을 늘리는 공을 인정받아 현재 위치에 오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매출만 따졌다면 아주 평범한 상담실장에 그쳤을 겁니다. 하지만 제 스타일은 뚜렷했어요. 저는 진료 시간이 딜레이 될 정도로 상담 시간도 길었고 스몰토크가 많은 편이었어요. 고객들이 살뜰히 챙겨준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 병원 치료에 확신을 갖게 된 고객들이 늘면서 소개 고객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만족스러운 진료를 경험한 고객의 입보다 강력한 마케팅은 없다”라는 격언에 비춰보면 ‘진짜 마케팅’을 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당장의 매출에 연연하지 않는 병원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짐작해봅니다. 대표원장님이 고객을 대하는 가치관과 신념,
2024년, 세상을 바꾸는 현장은 어느 곳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올해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했다. 종교, 윤리적으로 금지된 도박의 도시라서 씬 시티(Sin City)라고도 불리는 라스베이거스는, 간소한 행정절차로 인해 다른 곳보다 먼저 서비스를 개시하는 사례들이 많다. 간편한 결혼과 이혼 절차는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다루어졌지만, 사실 미국 최초의 비대면 원격의료가 이 곳에서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CES 2024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All Together, All On)’였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친환경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최신 기술 제품과 미래 방향을 제시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전시장 곳곳이 한국 기업과 한국 사람들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한편 디지털 헬스는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였다. 2020년 삼성전자 C랩에서 스핀오프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옐로시스는 소변 검사 기반 AI 건강 관리 솔루션 ‘심(Cym, Care Your Moment)702’을 전시했다. 탁유경 CEO의 설명에 따르면 변기에 설치된 소변검사기기가 케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