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소나무를 빼고 어찌 나무를 논할 수 있겠는가. 소나무는 도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사랑받는 나무이다. 2014년도 갤럽조사에 의하면 일반인의 가장 좋아하는 나무(46%)가 ‘소나무’라고 답했다. (은행나무 8%, 벚나무 7%) 애국가 2절에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나오며 TV방송 종영 시의 애국가 영상에 추암촛대바위와 함께 소나무가 등장한다. 소나무는 소나무과의 상록 침엽수로 높이가 30~40m에 이를 정도로 자라며 나무껍질은 적갈색을 띠고 수피(樹皮)는 거북등처럼 갈라진다. 잎은 2가닥으로 갈라져 5가닥으로 갈라지는 잣나무와 구별된다. 햇빛을 무척 좋아하는 극양수(極陽樹)로 햇빛을 찾아 줄기가 구부러져 자라며 숲이 우거져 그늘이 지면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숲이 무성해지면 이를 피해 산꼭대기에 군락을 형성한다. 다행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상 자갈이 많고 절벽같이 험한 데서도 꿋꿋이 잘 자란다. 이런 점이 여러 외세의 침입에도 잘 버텨낸 우리 민족성과 잘 맞는다고 해야 할까. 꽃은 암수가 같은 나무에서 피며 암꽃은 자주색으로 꽃대 위에 피고 수꽃은 암꽃 아래 노란색 방울들을 이루며 피어나는데 개화
달리기는 나에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명상이고, 내가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어지럽고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오직 나의 호흡과 발걸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 안에서 나는 내게 말한다. “힘들었지? 여기까지 잘 왔어!” 달릴 때면 내 몸과 마음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발의 움직임, 심장의 고동, 호흡의 리듬이 하나가 되는 그 순간, 나는 나를 위로하고 보듬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내 안의 감정과 신호들을 달리기를 통해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골프나 사이클처럼 다양한 야외 스포츠가 유행이다. 물론 각자 고유한 매력이 있지만, 그에 따른 제약도 있다. 골프는 새벽같이 나서야 하고, 하루를 통째로 투자해야 하며,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사이클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안전 장비가 필수이고 낙차나 사고의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달리기는 특별한 장비나 장소가 필요 없다.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는 단순함이야말로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자세만 올바르게 익히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비교적 부상의 위험이 적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이다.
‘보스턴’ 이라는 도시를 떠올렸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각자 다를 것이다. MIT, 보스턴대학교, 하버드와 같은 명문대의 도시, 랍스터, 굴 등 해산물이 유명한 도시…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필자는 보스턴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학문, 여행 그리고 설렘이 함께한 특별한 여정이었다. 뜻밖의 기회로 ISPRD(International Symposium on Prosthetics and Restorative Dentistry)에 참석할 수 있었다. ISPRD는 매 3년마다 Quintesence Publishing 에서 주최하는 국제 학회이다. 세계 각국의 치과의사들이 보스턴으로 이맘때쯤 모여드는 것이, 메리어트 호텔 로비에서 보고 있노라면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등등 전세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작은 지구촌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학회이다 보니, 의외로 한국 치과의사들은 생각보다 수가 적었다. 등록 줄에 서있을 때, 뒤에서 유럽 치과의사들이 지르코니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엿들으며, ‘내가 정말 먼 곳을 왔구나!‘ 싶음을 느꼈다. 학회의 주제는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하지만, 이름에서도 알다시피 보존,
1980년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는 지금의 교육제도와 차이가 컸다. 사교육은 폐지됐고 대학정원이 30% 늘어 변화가 많았으나 감히 누구 하나 입도 뻥긋 못하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자율학습도 없었고 학생들은 일찍 귀가했다. 변화된 환경에서 학교는 ‘교양필독서’라며 세계문학과 한국문학 100여 권을 정리 기재한 8절지(A4용지 두 장) 크기의 목록을 나눠주고 날마다 신문 기사를 읽도록 권유했다.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했던 나는 ‘교양필독서’ 목록을 받았을 때 눈이 똥그래졌다. 위인전과 삼국지에 머물렀던 수준인 내게 처음 보는 책 제목과 작가는 위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대학생 형과 누나가 있는 친구 집 책장의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괴테 등 유명작가의 책을 겁 없이 집은 대가로 막막함과 함께 남은 분량을 자꾸 확인하는 버릇마저 생겼고, 읽기는 읽었으나 당최 어려운 내용 탓에 깨우침이라곤 교양인은 참 ‘어려운 길이구나’ 정도였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교양인이 되려고 애썼는데 80년대 초 FM라디오 음악방송이 처음 도입된 덕에 클래식과 가곡, 국악이 연주되는 채널을 듣는 노력이 더해졌다. 대학생이 됐으니 소개팅을 나가 음악다방에서 흘러
성현이는 다운증후군 자폐 장애우입니다. 31살이지만 정신연령은 3-4세이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우리 병원에는 어머니와 누나가 치과치료 받아야 해서(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따라오게 되었지요. 병원에 들어오는 성현이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어머니께 “아드님이세요?” 라고 말을 건넸는데… 어머니는 혼잣말처럼 성현이의 치아상태에 대해 중얼거리듯이 말하셨어요. “성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치과에 갔었는데, 가만히 있지 못하니까 아이를 묶어 놓고 (Pedi-Wrap) 고문하듯이 치료하고부터는 모든 치과치료를 외면하고 심지어 이도 닦지 않았어요. 엄마와 누나가 도와주려 해도 완강하게 거부하고. 서른살이 지나서야 대학병원과 장애인전문치과에 데리고 갔었고, 어쩔 수 없이 전신마취한 후 대부분의 이를 뽑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전신마취실로 들어가다 성현이가 소리를 지르며 도망쳐 뛰쳐나오는 바람에 치과치료는 아예 포기했지요“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말도 못하고. 그런 성현이가 대기실 소파 한 쪽 끝에 앉길래, 다가가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성현이 손을 잡고 눈을 마주하며… (그 날이 추웠어요~) “코코아 타줄까?”라고 물었는데 눈으로 “네~”라고
올해 DIMF(대구 뮤지컬 페스티벌) 공연들을 살펴보다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다. <시지프스>, 포스터는 폐허 위의 단 하나의 출구라는 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시지프스가 누군지 알아?” 아이에게 물었고, 놀랍게도 아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람이잖아, 산꼭대기로 돌 굴리는 형벌을 받았던”이라고 대답했다. ‘영어단어 빼고는 다 잘 외우는구나.’ 속으로 웃으며 예전에 열심히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오랜만에 떠올려 보았다. 대개 그 신화의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주제는 사랑, 운명, 자만, 죽음이었던 것 같다. 그중 시지프스는 신을 기만한 죄로 산 정상까지 바위를 올리고, 산 정상에서 떨어진 바위를 다시 올려야 하는, 무의미한 노동의 형벌을 받아야 했던 인물로 어릴 때는 단순히 어리석고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에서는 우리 치과의사의 삶과 별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실소가 나왔고 곰곰이 그 생각에 빠져보았다. 우리는 매일 출근해서 환자를 보고, 더 보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손에서 미러를 놓는 그 순간까지 환자를 보며 끝없이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어떨 때는 내가 했거나 해야 하는 반복되는 진료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곳 화순군 보건소로 공중보건의 배치를 받은 지 벌써 1년이 넘게 지났다. 학교를 나오니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지 모르겠다. 화순군 보건소 치과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는 많지 않다. 오더라도 할 수 있는 진료는 일부 보험진료와 레진 정도. 다른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근처 치과로 가시라고 권유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곳에서 진료 경험을 많이 쌓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난 1년간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그동안 경험한 몇 가지 일화들을 소개하고 싶다. 초등학교로 화순군에는 지역 내 초등학교로 공중보건치과의사가 찾아가 검진도 하고 불소도포도 하는 사업이 있다. 나 또한 여러 초등학교로 출장을 나간다. 매 학기마다 출장을 나가는데, 그러다 보니 학생들과 6개월에 한 번 만나는 셈이다. 정기적으로 학생들의 구강 상태를 살피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의 가정환경이 대강 어떤지 파악하게 된다. 구강 상태가 특히 안 좋은 친구들은 기억에 남게 되는데, 그런 친구들일수록 그다음 만남에서도 치료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가장 치료를 받지 못한다. 이 사실을 공중보건의로서 검진을 다
지난 5월 말,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제18회 메가젠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였습니다. 메가젠임플란트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2000여 명이 넘는 치과의사들이 모여들었고, 참가 등록이 열흘 만에 조기 마감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대구에 이런 규모의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 것은 드문 일이라 지역 사회의 관심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K-임플란트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실감하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사의 전체 주제는 ‘뼈의 한계를 넘어: 30년간의 도전과 앞으로의 길’(Beyond the Limits of Bone: 30 Years of Challenges and the Path Forward)이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진 임플란트 분야의 혁신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실제로 심포지엄 내내 여러 글로벌 유명 연자들의 강연을 통해 골재생과 임플란트 치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내용이 흐름 있게 전개되었습니다. 오랜 임상 경험을 가진 연자들은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를 솔직히 공유하며 ‘뼈의 한계를 넘어’ 더욱 나은 치료법을 찾아온 여정을 이야기했고, 참석한 저 역시 지난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