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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대를 건너는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릴레이 수필 제2696번째

이제 막 치과계로 들어서는 후배 선생님들께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생각하면 축하보다 먼저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치과의사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고 그 긴 여정 끝에 마주한 현실 또한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덤핑 진료가 일상화되고 마케팅은 과열을 넘어 과잉의 영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취업 시장은 좁아졌고 함께 일할 직원을 구하는 것조차 하나의 경영 과제가 되었습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개원 환경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치과계가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내어주고 있는 출발선은 솔직히 말해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괜찮다”, “다 잘될 것이다”라는 말만 쉽게 꺼낼 수가 없습니다. 졸업 후 수련과 취업의 과정에서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고 개원을 꿈꾸기에는 초기 투자와 운영의 무게가 너무 커졌습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예전처럼 안정과 여유를 보장한다고 말하기도 이제는 어렵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현실 앞에서 너무 일찍 낙담하지는 마십시오.

 

어려운 시대일수록 결국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싸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의료는 가격표만으로 설명되는 일이 아닙니다. 환자는 치료의 가격보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설명의 진정성 그리고 술자가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음을 기억합니다. 지금은 저가 경쟁과 자극적 마케팅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필터는 정직합니다. 환자와 동료의 신뢰를 한 겹 한 겹 쌓아온 치과의사는 반드시 자기 자리를 갖게 됩니다. 남의 속도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하지 마십시오. 그 조급함이 오히려 자신의 기준을 무너뜨립니다.


한 가지 더 전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실력 앞에서 조급함보다 꾸준함을 택하시라는 말입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면허는 완성이 아니라 출발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치료를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서툴고 누구나 부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을 감추지 않는 태도,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 환자 앞에서 끝까지 책임을 놓지 않는 마음입니다. 치과의사의 진짜 성장은 화려한 술식 몇 가지가 아니라 기본을 지키는 습관의 축적에서 만들어집니다.

 

앞으로의 변화는 더 빠르고 더 근본적일 것입니다. AI가 진단 보조와 영상 분석, 상담 시스템과 경영 효율화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고, 디지털 장비와 첨단 기술은 진료의 정확성과 재현성을 높이며 진료실의 풍경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후배 선생님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치과계는 우리가 처음 배웠던 그 환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을 두려움으로만 읽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사람이 더 잘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미래의 경쟁력은 손기술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임상에 올바르게 적용하며 그것을 환자에게 쉽고 정직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그 위에 사람에 대한 이해, 윤리적 판단, 공감의 깊이가 더해질 때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치과의사가 됩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고 치료의 방향을 함께 결정하며 마지막 책임을 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후배 선생님들께 권하고 싶은 것은 완벽한 치과의사가 되려는 집착보다 오래가는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방향입니다. 비교에 지치지 마십시오. 유행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자신만의 진료 원칙을 조금씩 그러나 단단하게 세워가십시오. 때로는 속도가 느려 보여도 괜찮습니다. 정직하게 배우고 성실하게 진료하고 환자와 동료에게 신뢰를 쌓아가는 사람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지금 치과계는 분명 어려운 전환기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전환기는 동시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후배 선생님들이 이 시기를 단지 버텨내기만 하는 세대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 나은 진료, 더 건강한 치과 문화, 더 품위 있는 전문직의 내일을 직접 설계하는 세대가 되어주십시오.

 

힘든 출발선 앞에 서 있는 여러분께, 선배로서 진심으로 응원과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의 고민과 불안은 여러분의 부족함이 아닙니다. 그 무게를 진지하게 견디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앞으로 여러분을 더 깊고 단단한 치과의사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너무 쉽게 흔들리지 마십시오. 치과의사라는 이름의 무게와 가치를, 스스로가 아닌 스스로의 손으로 지켜가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