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피스야구단’의 탄생
2009년은 올림픽 야구 우승과 WBC 준우승 등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데다 ‘천하무적’이라는 연예인야구단이 흥행몰이에 나서면서 야구가 특히 인기를 끌었던 해다.
특히 가을에 접어들어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면서 야구단을 향한 두 개의 물밑 전류가 있었다.
하나는 배드민턴을 치던 주 훈 원장님, 이남선 대리님, 나 등이고, 다른 하나는 골프를 치던 최형규 원장님, 정도야 원장님 등이다.
두 전류가 하나로 만난 것은 10월 11일 바로 전주시치과의사회 가을운동회 뒤풀이 장소인 ‘서신막걸리’였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최형규 원장님이 술 마시다가 뜬금없이 “혹시 야구 해 보실 맘 없으세요?”라는 얘기를 했고, 같은 테이블에 있던 나와 정연호 원장님, 조석규 원장님의 눈에 10만 볼트의 불꽃이 튀었다. 그 순간부터 술자리 파할 때까지 야구 얘기가 이어졌고, 정도야 원장님과 내가 야구단원을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날(12일) 점심 실무적인 얘기를 나눈 후 오후 3시 51분. ‘전주시치과의사회 야구동호회 결성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현대치과, 푸른치과로 연락바랍니다’라는 문자가 발송되면서 마침내 화살은 당겨지고 말았다.
‘다들 왕년에 공 좀 만져봤다 하는 분들은 문자를 받고 엉덩이가 들썩들썩 할 거야. 그러면서도 속절없이 먹은 나이와 그 만큼 나온 배를 생각하며 전화기를 들어? 말아? 망설이겠지’.
솔직히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해 결과를 숨죽이며 기다렸는데, 하루 만에 열 분이 가입하는 파죽지세를 보였고, 그 여세로 그 주 금요일(16일)에 창단준비모임을 백리향에서 갖게 된다.
이 자리에서 장비, 야구단 이름, 시간과 장소, 유니폼, 운영진, 회계 등을 정하게 되면서 평균 연령 40.1세 전국 최고령(?) 야구단의 창단작업이 가속도를 띠게 됐다.
야구단 명칭이 ‘핸드피스’로 결정된 것은 그야말로 한방이었다. 다른 야구단들 상당수가 ‘스’나 ‘즈’로 끝난다는 것을 말하자마자 최형규 원장님이 “그럼 핸드피스 어때요?”하는 걸로 해서 게임 끝이었다. (내가 준비해 간 이름은 ‘혹시 알아?’였는데 명함도 못 꺼냈다 ^^)
그리고 단원의 최고 선배이자 야구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주 훈 원장님을 단장으로 모시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15명의 핸드피스 창단멤버가 꾸려지고, 바로 다음 날 17일부터 연습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핸드피스는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 김중진 감독님을 선임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기본기를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 점점 짜임새 있는 팀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실전에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11월 8일 ‘지○○’팀(창피할 것 같아 익명처리)과 연습게임에서 승리하였다. 이 경기에서는 기대한대로 ‘만능스포츠맨’인 오계원 원장님(스마일오치과)이 만루홈런을 치는 활약과 함께 주력투수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또 11월 22일 전북대 치전원 ‘그린필드’와의 첫 정식 교류전에서도 12대 11로 승리, 2연승 가도를 달리며 만만치 않은 노익장 파워를 과시했다. 특히, 다음카페 닉네임이 ‘한방’인 정연호 원장님(전주치과의원)이 지난 경기 3타수 무안타의 ‘헛방’을 넘어 이번 경기에서는 무려 2안타 5타점을 올리며 진정한 ‘한방’을 넘어 ‘두방’으로 거듭나면서 경기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특히 교류전 당일 저녁 ‘이중본’에서는 공식 창단식이 진행됐다. 전주시치과의사회 문진균 회장님, 전주고 야구부 최영상 감독님(훈련 장소를 제공해주심), 야구단을 후원하는 전북치과신협 심미경 상무님((고맙습니다^^ 첫 경기 시구도 담당하심), 그린필드 후배 야구단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셨고, 단장님의 주옥같은 말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다짐하며’ 핸드피스의 힘찬 출발을 알렸다.
꿈속에서도 야구를 하는 장은하 주장님, 몸이 안 좋아 경기에 못 뛸 때도 가장 먼저 모임에 나오는 임병호 원장님, 매일 야구연습장에서 130km 타격훈련에 열중하는 이기운 원장님, 야구경기를 위해 토요일 오후 진료를 포기하는 승수종 원장님 등 선배님들의 열정과 끈끈한 동료애를 기반으로 앞으로 핸드피스는 전국 제1의 사회인야구단이 될 것이다. 카페 주소 cafe.daum.net/jjhandpiece
권 기 탁
전주 푸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