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Hugs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낯선 타인을 안아 주겠다는 글을 써 놓은 마분지 (우리 세대가 자랄 때는 종이 종류가 많지 않아서 좀 두터운 종이는 다 이렇게 불렀다)를 들고 있다가, 다가오는 사람을 안아 주는 동영상을 본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5천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인 유튜브 영상이다. 처음에는 멀뚱거리며 쳐다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차츰 종이를 든 사람의 진심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꼬옥 안기는 모습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뜨끔해 지고 가슴속이 뭉클해지는 감동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잉태된 순간부터 태생적으로 엄마의 품에 안겨서 자라게 되므로, 누구든지 누군가에게 포옹을 받게 되면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철없이 안겨서 자라나는 어린 나이 때에는 부모 마음대로 자식을 좌지우지 하겠으나, 혼자 밖을 나다니는 나이 즈음에 이르면 마치 애초부터 저 혼자 자라난 양 기고만장 한다는 뜻이리라. 우리집 막내놈도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쉽사리 아빠 품에 안기려 하지 않는다. 좀 섭섭하기도 하지만 험한 세상 살아가려면 독립심도 좀 필요하니 어쩌랴 싶고, 나를 키우실 때 우리 엄마 아버지도 그러셨겠다 싶기도 하다. 철들며 가정도 꾸리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엄마의 품속 따스함을 회상해 본 지가 가마득하다. 동료의식을 가져야 할 치과의사들 끼리 조차도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가장으로서 부모로서 또 사회인으로서 주어진 역할행동에 몰두하다 보면, 고달픔조차도 느긋하게 느껴보지 못하고 숱한 나날들을 지나치고 있는 스스로를 어느새 발견하게 된다. 또한, 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치 사회적 이슈들에 마주치는 것도 일상이 되어 버릴 정도로, 중견시민의 자리도 지켜 나가야 한다. 그래서 40대 중반이 된 나에게는 그 동영상이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질풍노도의 10대든 세상 속에 드디어 나아가는 20대든 인생의 깊이를 아는 중년 이후이든 남녀나 지위의 고하를 불문하고 드러내 놓고는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올 한 해 험한 고3을 보내는 큰놈이 하도 힘들겠다 싶어 여러 번 안아 준 적이 있는데, 약간이라도 힘이 되긴 했을까? 금년에 세무대리를 해 주시던 분이 사우나에서 급사하셨다는 부고를 접하고 삶을 되돌아 보았던 일이 있다. 첫 대면 때에 소주 몇 잔에 얼그리 한 김에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며 껴안아 드린 일을, 깜짝 놀랐지만 좋았다는 얘기를 두고두고 하셨는데… 치과원장과 세무사는 아무래도 업무적인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 관계인지라, 초면에 덜컥 안아드린 것이 멋쩍으셨다가도 인간적인 포옹에 안도와 친밀감을 느끼신 듯하다. 원래 내가 정이 그리운 건지 정이 많은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분의 칭찬(?)에 힘입어 오랜만에 보는 동문이나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선후배들에게 자주 써 먹은 기억이 있다. 나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좋은 선후배로 기억되고 있으리라!
어쨌거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군중속의 고독’이 자리잡고 있게 마련일테고 프리허그는 이를 해소해 주는 작은 모티브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적인 문화에 익숙해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들로서는 좀체로 실천해 보기 쑥스러운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나 자신도 큰 광장에 나아가 한 번 실천해 보라하면 선뜻 나서기는 어렵겠다. 그래도 용기있는 분들이 실천해 가시는 동안 우리는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 만이라도 꼬옥 안아 드려 보자! 혹시 아는가? 우리가 더 큰 행복과 위로를 선물로 받을지….
이봉호
서울플란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