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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박하사탕 / 박해준 연세에이스치과 원장

독/자/투/고


박 하 사 탕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시작한지도 어느새 20년이 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환자한테 제대로 말도 못 건넸던 어설펏던 원내생 시절, 진료서클에서 봉사를 나가서 느꼈던 막연한 뿌듯함, 필요 이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공중보건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런 감정과 추억들이 매일 같이 반복되는 육체적으로 힘든 진료와 어쩔수 없이 들어야 하는 환자들의 불평에도 묵묵히 마음을 다스리는 버팀목인 것 같습니다.


개원초반 적은 환자 수로 고민할 때 선배들의 진심어린 걱정과 조언으로 견뎌낼 수 있었고, 나날이 발전하는 진료개념과 술식을 접하느라 여기저기 세미나에도 참석해서 그곳에서 얻은 지식을 환자에게 적용해가며 일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몸을 움직여서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고 그 결과로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상황에 대해 다행스럽고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이라 늘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직업을 가진 대다수 동료분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입니다.


이런 일을 평생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여러 상황은 많은 염려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낮게 책정한 임플랜트나 보철진료비를 앞세우고 여러 군데에 지점을 만들어 병원을 운영하는 치과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보험진료의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플랜트나 비보험 진료비는 갈수록 늘어나는 치과운영비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비용들은 어찌보면 우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나누어서 가져야 할 공동의 몫입니다. 이 비용들을 동료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많은 부분을 취하려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동료나 후배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아 가는 것입니다.
물론 똑 같이 나눌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가져가더라도 실력을 통한 공정한 룰 하에서 가져가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동료들을 폭리를 취하는 비양심적인 의료인으로 비춰지게 한다는데 있습니다. 자신이 보람을 가지고 일하고 신성시하는 이 직업에서 환자들에게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참기 힘듭니다. 종교적인 신념이나 환자에 대한 봉사의 개념으로 가격할인을 한다고 하기에는 병원규모나 참여하는 인원숫자, 확장되는 병원운영방식으로 보아 그렇게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동네 치과를 운영하면서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료의식이 있었고 환자들로 부터는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받았던 지난 시절이 더 좋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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