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시선
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전문인 AS는 셀프
혜성처럼 나타나 PGA를 평정한 골프스타가 다음 해에 갑작이 난조에 빠진다.
소위 2년차(Sophomore) 징크스다. 이런 때에는 주저 없이 아마시절 스승을 찾아가 교정을 받는 것이 정답이다. 사실은 10년이 넘은 베테랑도 슬럼프에 빠지면 옛 스승을 찾는다. 스승이 내리는 처방도 같다. “기본으로 돌아가라(Go to the basic)!"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에 들떠서, 또는 자신만의 습관에 매몰되어 스윙의 어느 부분이 ‘Over" 하는 탓이고, 그것이 스승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스포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테너 가수가 어느 날 문득 관객의 싸늘한 시선을 느낀다. 목소리가 하이 C까지 못 올라가거나 갈라져서가 아니다. 애드리브 장식음이나 극적인 종결부에서 반의 반음 쯤 음정이 틀리는 것이다.
이 현상은 다른 부분까지 번져 고질화되기도 하는데, 자기도취에 자신만만하여 음정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악이던 성악이던 선진국의 저명한 Solist들은 틈틈이 옛 스승을 찾아가 점검을 받는다고 한다.
의사면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체"를 다루는 전문직 면허이므로, 법률 규정보다 훨씬 많은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여, 보편성(표준화: standardization)·향상성(advancement)과 인간성(humanity) 세 가지로 정의하고 싶다. 주어진 진단에 대한 면허보유자의 진료행위는, 규격화라는 비난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예측가능하고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편성"의 개념이다.
‘표준화"가 직업의 기본적인 성립 기반이요, 신뢰도의 절대적 기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향상성"이라 함은 단순히 보편성을 넘어서, 연구와 교육을 통하여 진료의 질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무를 의미한다. 환자에게 보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접근하자는 ‘인간성" 문제는 그 자체로 큰 이슈이므로 별도의 기회에 논하기로 하자.
의료업은 스포츠나 음악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프로로서 의무는 더욱 엄중하다. 그러나 의사는 진료에 관한 한 자신이 판사·검사·변호사 일인삼역으로, 음정이 틀렸는지 오버스윙을 하는지 슬럼프인지 점검해 볼 체크시스템이 거의 없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에 대한 ‘보수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보수(補修: Refresh)라는 어휘는 듣기 거북한 측면이 있지만, 진료의 보편성 내지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정곡을 찌르고 있다. 임상생활 일정기간마다 교과서에서 벗어난 진료행위는 없는지, 있다면 그 진료의 타당성은 충분한지 등을 점검하는 기회라는 뜻이다. 향상을(Advance) 위한 교육은 연구기관(대학 등)으로부터 최신지견 내지 치료기법을 충전 받는(Up-to-date) 과정이라고 하겠다. Refresh와 Advance가 균형을 이루면, 이를 하나로 묶어 평생교육(Continuing Education)으로 부르는 것도 좋겠다.
치과의학을 과학으로 정립한 선학 G. V. Black은 일찍이“전문인은 일생을 통하여 끊임없는 학문의 연마를 의무로 삼아야 한다”고 갈파하였다. 의사의 자기향상 노력은 제품의 사후관리(After Service)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AS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라는 점만 다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Refresh와 Advance를 반반으로, 덤으로 10%쯤 예술·인문학 강의도 신청하자. FDI 같은 국제대회에도 빠지지 말자. 의무점수 10점을 넘어 50점 100점을 따는 회원이 늘어나면 강의내용도 가파르게 Upgrade 되고, 우리 모두 임상가로서 또는 지식인으로서 항상 최고의 기량을 자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문인의 AS는 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