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생의 길 ‘치과건강보험’ (2)
‘보험진료’ 전체를 보는 눈 키워야
<1889호에 이어 계속>
2. 주변에서 보고 생각하는것
놀라운 성과들
관악구보험이사가 된 후 시작한 것이‘올바른 보험청구’캠페인이었고 그 일환으로 청구가 어렵거나 삭감을 당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치과들을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해주는‘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막상 여러 치과들을 방문해서 왜 청구액이 적고 삭감이 많은지 살펴봤더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각종 언론에 심평원과 건보공단이 연례행사처럼 배포하는 자료가 현지조사를 나갔더니 의사들이 각종 부당청구 및 허위청구를 하는 금액이 얼마이고, 이런 비양심적인 의사들 때문에 건강보험재정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일선 치과의원을 방문해서 살펴보면 신문에 나오는 그런 선생님은 찾기 힘들고, 오히려 올바로 진료를 하고도 재료신고방법을 잘 몰라서 길게는 수년간 매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백만원이상을 삭감당하고 있거나, 보험적용이 되는 치료인데도 잘 몰라서 청구를 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정확히 청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심평원에서 무더기 삭감을 시키는 경우인데, 이런 경우 잘 모르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안 해서 청구액이 줄어드는 치과들이 의외로 많았다.
과잉충성·차트기재 소홀 많아
수가가 비싼치료, 즉 치관연장술, 상아질접착제를 이용한 지각과민처치 등은 일괄삭감을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2~3건만 이런 삭감을 당하면 금방 삭감액이 10만원이 넘게된다. 물론 부당청구를 하는 선생님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직원들의 과잉충성(비급여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고 급여청구도 하는 행위, 허위청구로 몰리게 되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으로 인하거나 원장님이 차트기재에 소홀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만나는 원장님들께 보험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필요하면 찾아가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고, 청구액이 20~30% 증가하는 치과가 속출하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이전까지 ‘덜 청구하거나 부당한 삭감을 용인하던 것’을 바로잡은 것이다. 결국 2010년에는 관악구 자체적으로 건강보험청구교육을 개최하기에 이르렀고, 80명 이상이 참석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치과직원 포함). 외부연자를 초청하지 않고 구회 자체적으로 보험교육을 진행한 것은 관악구가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
3. 보험진료의 중요성
보험진료의 중요성은 이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치과계는 척박해진 환경 속에 품질경쟁, 서비스경쟁, 광고를 넘어 가격경쟁에까지 이르는 치열한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치과의사의 과잉배출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표 1).
보험진료 치과경영 도움 공감대
이제는 치과원장님들도 보험진료가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치과의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보험진료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는 치과의원에서 체감적으로 느끼는 미시적이고 현재지향적인 중요성이고, 또 하나는 전국민의 구강건강과 전체 치과계를 생각하는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중요성이다. 아직은 많은 원장님들이 첫째 부분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앞으로 두번째 부분의 중요성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미시적 입장에서 볼 때, 건강보험을 잘 알고 있으면 치과경영에 큰 도움을 준다. 모든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치과계의 경쟁도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그동안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임플랜트는 파괴적 가격경쟁으로 인하여 브릿지만도 못한 가격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과거 비교적 빈부격차가 크지 않았던 치과의사 사회도 양극화 경향을 나타내고 있으며, 공격적인 문어발식 기업형 치과가 생겨나는 반면, 하루하루 생활이 힘들 정도로 어려운 치과, 파산선고를 받는 치과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이 글이 실리는 치의신보 어딘가에도‘치과의사 회생’이라는 광고가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비보험치료와 보험치료는 둘 다치과의료지만, 운영방식과 치료 후 보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표 2).
치과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욕구는 생각보다 크다. 스케일링과 잇몸치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치료받고 싶은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망설이는 환자들도 매우 많다. 필자의 경우 보험치료를 열심히 하다 보니 해당 환자와 신뢰가 형성이 되고, 일단 신뢰가 형성된 환자들은 고가의 비보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쉽게 치료를 동의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한 보험진료는 법으로 강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규정을 어기는 것은 곧 법을 어기는 것이 되며 처벌도 매우 강도 높게 정해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몰라서 법을 어겼다고 면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험규정에 대한 숙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부분의 원장님들께서 여기까지만 생각하시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단순한 보험을 넘어 복지이며 정치라는 속성이 숨어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는 당장 치과경영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앞으로 치과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역사의 흐름상 성장에 이어 분배는 필연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권의 주된 화두는‘복지’가 될 것으로 다들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되었거나 준비중인 노인틀니급여화 법안이 10개 가까이 된다는 것을 아는 치과의사가 몇 명이나 될 것이며 이에 관심을 갖고 해당 법안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치과의사는 또 몇 명일 것인가? 준비하지 않는 집단은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한 환자진료에 바쁜 일선 치과의사들에게 향후 정책방향과 이에 대한 대처방향, 그리고 계몽을 위한 보험 전문가 양성에 협회가 힘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험은 복지요 정치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보험급여는 치과의사의 손을 떠났다는 우울한 생각을 하시는데,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나중에 또 언급하겠지만, 보험은 복지이며 곧 정치이기 때문에 국민여론에 대단히 민감하다. 이점을 우리가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감기와 초기 치주염 중에 어떤 것이 더 병원에서 치료할 만한 질환일까? 지금 이 주제는 어느 것이 맞다는 논쟁을 벌이기 위해 제시한 것이 아니다. 국민 정서상 감기에 걸리면 바로 병원에 가도 잇몸이 조금 안 좋은 느낌이 들때 치과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이러한 국민의식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국민들이 치주질환은 조기치료가 필요하니 스케일링 보험으로 해달라고 난리치는데야 정부나 보험공단이 어쩔 것인가?
<다음호에 계속>
진상배 원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보험위원
·관악구 치과의사회 후생이사
·메디덴트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