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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민물고기에 내 삶의 유전자가 헤엄쳐요”

“토종 민물고기에 내 삶의 유전자가 헤엄쳐요”

민물고기 사육
우승관원장 <광주 우승관치과의원>


‘물고기 여행’ 카페 운영 오프라인 모임도
 200여종 서식 구입보다 채집해야 ‘제맛’
 가족과 함께 생명 키우며 ‘큰 감동’맛봐


광주 서구에 위치한 한 치과. 진료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자 가로 1.5m, 세로 60cm 크기의 어항이 놓여있다.
갈겨니, 피라미, 참중고기, 중고기, 돌고기 등등. 민물고기를 지칭하는 낯선 단어들의 주체가 그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잘 찾아보면 원장실 한 켠에도 해수어를 키우는 작은 어항이 있다.
이 어항들의 주인인 우승관 원장(우승관치과의원)은 “가끔 내원하는 어린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면 가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곤 한다. 우리 민물고기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 원장이 민물고기 사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사실 아토피가 있는 장녀 주연이 때문이었다. 수반을 장만해 수생식물을 키우려고 알아보다가 물속 식물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결국은 민물고기 사육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는 현재 ‘물고기 여행’(http://cafe.daum.net/mulgogee)이라는 민물고기 관련 카페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우 원장은 “여러 사람과 같이 경험도 나누고 싶고 서로간의 조언도 듣고 싶어서 만들었다”며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오프라인에 전혀 나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어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민물고기를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의 고유 유전자”라고 규정한 우 원장이 꼽은 민물고기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아름다움입니다. 우리나라의 민물고기는 넓게 봐서 200여종이 있는데, 이런 다양한 어종들마다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묵화의 매력이 느껴지는 피라미 수컷이라든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버들붕어의 혼인색이 바로 그것입니다.”


민물고기의 또 다른 매력은 가족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원장은 “민물고기는 구입해서 기르는 것 보다는 채집을 해서 기르는 것이 좋다”며 “채집하러 가면서 아이들과 같이 물놀이도 하고 이런 저런 물고기도 알려주고 하면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기를 때 밥을 주고 하면서 바로 아이들도 사육의 주체가 된다”고 말했다.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우 원장은 “물고기의 생존조건은 생태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대표적인 계류성 어종인 ‘쉬리’는 물길이 막히면 살아남기가 어렵게 된다”면서 “결국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뒤집고 물길을 잡아두는 것은 물고기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록 민물고기 관련 활동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사람들과의 추억이다. 우 원장은 카페를 만들고 첫 ‘번개 모임’을 했을 때를 떠올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남 장흥 탐진강에서 회원들이 모여 삼겹살을 구워먹고 물고기를 채집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서로 얼굴은 처음 보지만 민물고기가 좋아서 만난 지라 서로 관심 있는 물고기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알아가던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우 원장의 성향은 그가 평소 해왔던 여러 가지 지역 내 사회 및 봉사활동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그는 광주시민센터 서구지부장을 맡아 ‘아이숲 어린이 도서관’ 건립과 ‘금당산 지킴이’ 활동을 주도했으며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는 광역의원 후보(민주노동당)로 출마하기도 했다.
우 원장은 “이런 활동을 하면서 만들고 싶었던 것은 결국 ‘공동체’였다”며 “선거과정에서도 지역에 대한 전문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장 무겁게 느꼈다”고 강조했다.


최근 카페활동을 하면서 같은 취미를 지닌 치과의사 동료 2명을 만나기도 했다는 우 원장은 “민물고기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약간의 번거로움 보다 하나의 생명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동은 훨씬 더 크다”며 “같이 해보고 싶으신 분은 언제라도 카페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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