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치과 서적 ‘수집광’
“희귀정보 함께 나눠요”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국제학회·사이트 돌며 140여권 수집
모교 기증 등 동료들과 공유하고 싶어
덴탈컬렉션 300여점 보유 전시 계획
1742년에 출판된 최초의 소아치과 서적부터 100년 전 소아치과의사가 집필한 저서까지, 틈만 나면 외국 도서판매사이트에 접속해 희귀한 소아치과 도서를 찾고 있는 북콜렉터가 있다.
광주에서 10년 째 소아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권 훈 원장(미래아동치과의원·조선치대 93년졸)이 그 주인공. 권 원장은 지난 1993년 소아치과 수련의 생활을 시작한 이래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관련학회를 돌며 88종 140여권에 이르는 소아치과 도서를 수집했다.
권 원장은 “전공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쌓으려던 노력이 자연스레 소아치과 도서를 수집하는 취미로 이어졌다”며 “많은 서적들을 탐독하며 느낀 것은 과거의 치의학 수준도 결코 현재에 뒤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이 수집한 도서 중에는 1924년 출판된 미국 소아치과 교과서나 1925년에 나온 ‘어린이를 위한 수복치과학’ 등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희귀서적이 많다. 특히 비교적 최근(1996년)에 출판된 ‘Oral Implants in Young Patients’ 등의 책은 다른 치의학 분야를 공부하는 전공의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권 원장은 자신의 컬렉션 중 가장 아끼는 책은 거금 60만원을 주고 구입한 ‘The diseases of children"s teeth: Their prevention and treatment(1895년)’라며, “어떨 때는 책 구입비용보다 국제배송료가 더 나와 외국 도서판매사이트에서 판매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외국 현지에 사는 친지나 동료의 주소를 이용해 책을 사기도 한다”며 마니아다운 열정을 보였다.
권 원장은 “이렇게 소아치과 도서를 모으는 것은 혼자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의학을 전공하는 후배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작업”이라며 “향후 모교인 조선치대에 수집한 서적들을 모두 기부하는 한편, 필요하면 홈페이지를 구축해 동료치과의사들이 마음껏 소아치과와 관련된 지식들을 얻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소아치과와 관련된 논문들은 각종 저널을 통해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반면, 텍스트 정보를 얻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며 “내가 수집한 소아치과 서적들이 참고자료로 많이 활용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지난 10년 소아치과 개원의로서의 경험을 살려 소아치과 관련 임상서적을 직접 집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원장은 소아치과 서적 외에도 컬렉션 마니아로서의 기질을 발휘해 치과와 관련된 각종 피규어와 뱃지, 시계 등 300여점의 덴탈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신이 운영중인 소아치과의원의 개원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6월 구강보건의 달에 광주시내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
기존에도 대한소아치과학회 추계학술대회 등을 통해 자신의 수집품들을 전시해 온 바 있는 권 원장은 “결국은 내가 모은 것들을 주위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데에서 기쁨을 찾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오는 2013년 서울에서 열리는 FDI 총회 및 세계소아치과학회에서도 소아치과 서적 및 덴탈컬렉션을 전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자신을 평생 ‘완소남(완전히 소아치과만을 진료하고 사랑하는 남자)’과 ‘유부남(유치를 부지런히 진료하는 남자)’으로 살아온 치과의사라고 소개하며, 소아치과란 영역으로 이끌어준 이상호 교수(조선치대 소아치과학교실)님과 남편의 독특한 취미를 눈감아준 아내이자 동료 치과의사 황미선 원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권 원장은 “‘아마존’이나 ‘아베북스’ 등의 외국 도서판매사이트를 잘 활용하면 소아치과 외에도 각종 영역의 희귀도서들을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다”며 “동료들이 때론 한 분야에 대한 수직적 독서로 전문지식의 달인에 이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