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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기획] 노년치의 비애를 알어? 노년기 치과의사들의 애환은?

■세미기획/노년치의 비애를 알어? 노년기 치과의사들의 애환은?


내청춘 돌려줘”  돈 아니라  일 하고 싶은 소망


“빨리 자리 좀 내 주지” 후배들 시선 섭섭하기도
 월급은 2백~3백만원 수준 … 환자진료가 삶의 낙
 체력 부담 크고 진료중 ‘발치’가 가장 신경 쓰여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치과의원. “환자가 별로 없으니 아무 때나 찾아오라”던 말로 기자를 당황케 했던 백발의 A원장(67세)이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A원장은 “돈 보다도 30여 년 동안 해온 일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렇게 치과에 나오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겠느냐. 적은 수의 환자라도 보는 것이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노인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즈음, 노년기 치과의사들의 현업에 대한 고민은 일반 시민들과는 괴를 달리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보다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인데, 앞서 언급한 A원장을 비롯 취재를 위해 만난 60세 이상 개원의들은 “수입은 이제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정도면 만족한다. 남은여생을 쓸쓸히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제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9월 기준으로 현재까지 개원을 유지하고 있는 60세 이상 치과의사 수는 1300여명. 70세 이상이 400여명 수준이며, 80세 이상도 60여명이나 된다.


스스로 소일거리 삼아 단골환자 봐주는 재미에 병원을 유지한다는 이들은 ‘빨리 자리 좀 내주지’ 하는 시선으로 보는 후배들을 접할 때 가장 섭섭하다고.


3년 전 폐업했다 요즈음 다시 개원을 고민 중인 B원장(64세)은 “일부 젊은 치과의사들이 우리들에게 ‘선배들은 돈 많이 벌었지 않았느냐’하는 시각을 갖고 있는 걸 안다. 지금 같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수가경쟁을 하지 않아도 환자가 알아서 찾아오던 시절이 있었던 건 인정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양심적으로 병원을 운영해 왔다”며 “노인들이 끝까지 돈을 벌려고 병원을 계속한다는 생각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원장은 불법 네트워크치과 문제로 혼란스러운 현 세태를 보며 “진료 다운 진료를 고수하면서 동료들 간 양해되는 수준의 수가를 지켜야 상생이 가능하지 않겠냐”며 “새롭게 개원하는 치과의사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병원을 적법한 범위 내에서 홍보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년기 치과의사들은 최소의 임금으로 봉사개념의 진료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견들을 많이 언급했는데, 정부가 나서 공공의료기관을 통해 은퇴한 치과의사를 흡수한다면 개원가와 의료취약계층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노인 의료인력 활용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이 원하는 임금은 보통 2~3백만원 정도의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높지 않았다.  

 

이 밖에 노년기 치과의사들이 진료를 하며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체력적인 부담이었으며, 구체적인 진료항목으로는 발치가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력 및 악력 저하에 따라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의외로 임플란트 등 최신 술식은 관련 장비의 발달로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최근 치과계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시니어 치과의사와 젊은 치과의사의 연계를 통한 점진적인 병원 인수인계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병원운영 방식에 대한 철학의 차이와 대부분의 젊은 치과의사들이 새로운 자리에서 신규개원을 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서울시 중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C원장(70세)은 “페이닥터로 시작한 후배에게 병원을 인계해 주기까지 많은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 청춘이 모두 담긴 병원을 접는 것이 쉽겠는가. 친구들이나 진료해 주며 사랑방 역할을 해도 간판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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