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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올해의 치과인 상 - 박정숙수녀] 사랑의 ‘꽃동네’가꾸는 치과계 테레사 수녀(9면)

국내에서도 충분한 치과의료봉사 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머나먼 방글라데시까지 가서 봉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박 수녀는 짧게 “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에 꽃동네의 영성적 삶을 나누고 싶어서 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짧은 대답에 그녀가 방글라데시에서 나누고 있는 조건없는 사랑이 모두 집약돼 있다. 박 수녀가 보내 온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의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웃음 속에서도 그녀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박 수녀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꽃동네 희망학교에 대해 “수도 다카의 근교 작은 ‘빠라텍’이라는 시골에 위치하며, 여자장애인 시설인 꽃동네 사랑의 집과 심신지체, 지적장애 아동들의 교육을 위한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성십자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센터에서 무료치과진료실을 열어 치과진료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나마 박 수녀의 봉사는 현지의 비싼 물가와 전력의 불균형 공급으로 인한 잦은 정전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대표적 저개발 국가로 꼽히는 방글라데시는 잦은 자연재해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박 수녀는 “방글라데시 일반 국민들도 충분한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들다”면서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에게는 교육의 균등과 의료보장은 그저 사치스런 말일 뿐”이라고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수녀는 “자원부족으로 인한 전력난이 심하고 최근에는 가스 및 물 파동 그리고 물가지수 상승으로 기초생활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교육과 의료 수요에 비해 사회복지정책이 낙후돼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 힘든 상황으로 꽃동네 사랑의 집과 희망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의료활동들이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주님께 귀의한 수도자의 삶으로서 해외 의료봉사 계획을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박 수녀는 “수도자는 ‘언제까지’라는 말을 할 수 없다. 다만 주님의 계획하심을 믿고 온전히 투신해 사랑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녀의 삶을 살고 있는 와중에도 치과의사로서 살아가는 것이 축복이라고 말하는 박 수녀는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끝없이 지지해주신 모든 치과의사 선후배들께 감사드리며 치과의사가 된 것은 주님의 은혜로운 축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 수녀는 마지막으로 “주변의 이웃들에게 오직 사랑으로 대하라”고 전하면서 “삶이 지속되고 주님께서 허락하는 날까지 주변의 고통받고 힘든 삶들을 위해 살아 갈 것”이라고 밝혔다.


치과의사라는 안정적인 선택 대신 기꺼이 자신의 능력을 불우이웃을 위해 쓰고자 하는 박 수녀의 순수한 마음은 물질문명과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사회적 실상에서 범접하기 힘든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세상이 혼탁해지고 각박해지는 삶속에서 이타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박 수녀의 이야기가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기에 아직까지 세상은 살만하지 않을까 싶다.


김용재 기자 yonggari45@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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