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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례의 상생 치과분쟁] 모두가 이긴 싸움

김경례의 상생 치과분쟁


모두가 이긴 싸움


한국소비자원의 김경례 차장(분쟁조정사무국 조정 3팀장)이 치과와 관련된 의료분쟁 사례를 소개, 치과에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명한 대처법을 제시한다.


의료분쟁은 예방이 최선이며, 분쟁이 발생한 경우라도 싸움이 커지기 전에 해결하는 것(소송 전)이 상책(上策)이며 이기든 지든 큰 싸움(소송)은 하책(下策)에 속한다.


치과 의료분쟁은 타 진료과목에 비해 양당사자 간의 감정이 격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쟁 초기에 양자의 감정과 요구를 확인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50세 남자 환자가 집 근처 치과의원에서 흔들리는 어금니를 뺀 후 발치 부위를 기계로 갈아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잇몸, 입술, 턱에 이상감각이 발생한 상태로 2년4개월간 회복을 기다리다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발치 전 파노라마 사진은 어금니 부위(#35~37)에 광범위한 치근단 병소와 골파괴 소견이 있고 #37 치아는 치근단 병소가 하치조신경관과 근접해 있었다. 단순 사진이기 때문에 하치조 신경관과 치근부위 개통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개통된 경우라면 발치만으로 감각이상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조심해서 발치를 해야 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사결과, 발치후 골 재생을 위해 소파술(의사는 육아조직 제거를 위해 큐렛을 사용, 환자는 드릴로 갈았다고 진술)을 했기 때문에 신경이 손상된 것으로 추정됐다.


환자는 소비자원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원장님의 생각을 전하며 5000만원 배상을 주장하고, 원장님은 소비자원 유사사례를 염두에 두고 500만원을 제시했다. 환자에게 큰 기대를 갖도록 제안한 원장님이 원망됐지만, 성실하게 작성한 답변을 가지고 방문한 원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소송으로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마음이 생겼다.


“물체가 입술에 닿으면 유리로 찌르듯 아프고 말할 때 턱 근육에 물건을 붙여 놓은 듯 불편하며 음식물이 끼어도 감각이 없는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야 된다”며 한탄하는 환자와 솔직하고 진실한 대화를 반복한 결과 2개월 만에 쌍방의 양보를 통해 합의서를 작성했다.


의료분쟁을 잘 해결하려면 결과를 미리 단정하지 않고, 선입관을 배제하면서 정직한 대화를 통해 양자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된다. 물론 장기간 상처 입은 마음, 멍든 관계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위 사례에서 원장님은 큰 싸움이 되기 전에 쉽게 졌으나 결국은 이긴 싸움을 한 것이다. 환자 입장을 생각하는 부드러운 마음과 물 흐르듯 순리를 받아들인 당사자의 결단 때문에 모두가 이기는 분쟁으로 해결된 것이다. 

 

Tip
‘소비자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것에 환자는 과도한 기대를 하기 쉽기 때문에 소비자원 결정에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정도로 제시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원이 의사 편을 들어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품게 되면 분쟁은 큰 싸움으로 진행되기 쉽기 때문이다.


김경례 한국소비자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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