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이 의료계단체 선거 새 모델 제시 가능”
█ 선거인단 추출과 본 선거 방식은
표본할당 아닌 완전 무작위 추출
시·도지부 일임은 바람직안해
김홍석 : 선거인단제에서는 ‘무작위’로 선거인단을 추려내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이 무작위란 전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철신 : 개정된 정관에서 선거관리규정의 목표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정책선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선거인단의 자격과 규모, ‘무작위’ 추출을 기본으로 하는 규정을 만들어 놨다. 문제는 얼마나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가진 회원들로 선거인단을 구성할 수 있느냐다.
양혜령 : 의협과 같이 선거인단 추출을 시·도지부에 일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비 완납 회원 중 투표참여 희망자 등록을 받아 이들 중 면허번호순으로 연령을 안배해 무작위로 추출해 내는 것이 투표참여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조유영 : 연령별 분포 고려와 함께 일반 개원의와 공직, 군의관, 전공의, 여성회원 등 각 집단별 비율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철신 :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방식은 각 집단을 고려한 표본할당 무작위 추출법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아무런 변수를 넣지 않은 ‘완전 무작위 추출법’이다. 이 과정에서 선거인명부 확인절차를 정확히 거친다면 어떤 방식이든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김홍석 : 그렇다면 최종 회장 선거방식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양혜령 : 수도권에 한날한시에 모여 진행하는 체육관 선거방식이 있고, 5~10개 지역을 선정해 지역별로 선거를 진행하는 방식이 있는데 지역별 선거가 투표율을 높이기에는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접근성이 더 좋기 때문이다.
김철신 : 지역별 선거는 선거인단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 한곳에서 선거를 진행하면 후보들의 공약을 한자리에서 들어보는 기회도 되고 과반수이상 득표자를 내기 위한 2차 투표에도 효율적이다. 또한 선거과정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내는 화합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고영훈 : 우편이나 온라인을 통한 선거방식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접근성이 쉽지 않은 회원들을 위해 각 지역 치과의사회를 활용,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표를 결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조유영 : 가급적이면 한날 한 장소에서 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의협의 경우 우편을 통한 직선제 선거방식보다 하루 날을 잡아 선거를 치르는 선거인단제가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선거인단제가 투표참여율의 측면에서도 총 1574명의 선거인단 중 1432명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 성공적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
컷오프제 등 후보 압축해 효율성 높여야
선거인단제 3기 이상 실시해야 성공 안착
김홍석 : 끝으로 향후 바람직한 선거인단제 정착을 위한 제언을 부탁한다.
양혜령 : 후보 선출과정에서 ARS 설문 등을 통해 컷오프제를 시행하는 것이 2~3명의 검증된 후보를 남겨 선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기존 대의원을 선거인단에 포함하는 부분은 이들이 해당 지역의 회무경험이 많다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고영훈 : 개선된 선거제도가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공약 및 정책능력을 강화하고 젊은 회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제도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성희 : 선거인단제의 성공여부는 대다수 회원이 동의할 수 있는 선거규정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달렸다. 범치과계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사가 참여해 공명정대한 규정을 만들고 집행부는 이러한 규정을 최대한 빨리 시행하는 로드맵을 짜 선거일정이 지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유영 : 치협의 가장 큰 장점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적은 회원수다. 이를 잘 활용하며 선거인단제를 적어도 3기 이상은 진행해 완성된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권위를 세우고 후보자들의 불법·음해 선거를 막을 수 있는 법적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치협의 새로운 선거제도가 모범이 돼 타 단체가 따라하는 정도로까지 발전하길 기대한다.
김철신 : 선거인단제를 직선제로 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규정 자체를 과도기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 회원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이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제도가 돼야 한다. 선거인단제에 대한 회원들의 의사 개진이 과열될 정도로 고조돼 치협 의사결정구조 강화는 물론 치협의 역량이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홍석 : 의협의 사례를 비롯해 치협이 선택한 선거인단제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선거제도 연구학자 데이비드 패럴은 ‘모든 선거제도는 선거결과를 왜곡 시킨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 왜곡을 최소화 하는 것이 우리 집행부의 몫이며 선거인단제를 잘 정착시켜 타 보건의료단체의 모범이 되는 제도로 발전시키는 것이 치협의 몫이라 생각한다.
강은정·윤선영·전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