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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례의 상생 치과분쟁] 치아상태 진단과 근관치료(8020)

김경례의 상생 치과분쟁

 

치아상태 진단과 근관치료(8020)


지난 6월 9일은 제66회 ‘치아의 날’이었다. 첫 영구치인 어금니(구치)가 만6세에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해마다 6월 9일을 ‘구강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구강건강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민의 구강관리지수(OQ)가 높아지는 의미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2010년 복지부(국민 구강건강 실태조사)는 75세 이상 노인의 잔존 치아 개수는 평균 11개로 보도했다. 잔존 치아 개수가 특히 노년에는 소화기능 등 전신건강을 좌우하고 심지어 치매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80세까지 20개 치아를 유지하려면 환자는 물론 치과의사의 진료도 매우 중요하다.


23세 여자환자는 크라운이 장착된 상악 좌측 제1대구치(#26)에 통증이 있고 수복물에 구멍이 생겨 파노라마 촬영후 크라운을 다시 제작해 장착을 받았다. 약9개월 후 다시 통증을 호소했으나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컨디션에 따라 치통이 있을 수 있다며 치아와 잇몸 모두 정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5개월 후 #26 치아 주변의 잇몸이 부어 다른 치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동이 있는 근단 주위 농양’으로 진단됐다. #26치아 협측 치은의 부종이 있고, 근심 설측 부위 탐침길이는 12mm 이상으로 측정되고 방사선 사진에서 치근단 병소 및 구개치근의 외흡수 소견이 관찰돼 치주-치수 복합병소로 발치를 권유받았다. 하지만 환자가 근관치료를 원해 2개월간 치료를 받았으나 구개측 치근주위의 누공이 계속 있어 재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가 됐다.


환자는 #26 치아가 처음부터 통증이 있었으나 신경치료를 하지 않고 보철물만 교체했고 9개월 후에도 치아상태 진단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기회를 상실해 증상이 악화돼  발치할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초진 시 치아의 표준 사진이 없어 파노라마 사진만으로는 명확한 치근단 병소를 확인하기 어려우나 9개월 후 파노라마 소견은 치관부위에 치아우식과 치근단의 광범위한 병소 확장이 관찰돼 치료를 시작했어야 하나 정상으로 설명하고 근관치료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천공된 크라운을 새로 제작할 때는 비록 증상이 없더라도 조만간 병소가 발생할 수 있어 추가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설명해 환자가 치아관리를 잘 하도록 지도할 의무가 있다.


20대 초반의 연령과 보철(임플란트)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환자의 기대여명까지 수회 추가 치료비가 발생할 수 있는 점, 크라운 상태인 기왕병력과 치료시기를 상실해 조기에 발치할 가능성이 높게 된 전반적인 상황을 참작해 1회 임플란트 비용 300만원에 합의가 됐다.


기본적인 진료를 소홀히 한 결과 기 지급한 진료비의 10배 이상을 배상한 것이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치아를 상실할 처지에 있는 환자는 금전적 배상보다는 사고 이전으로 원상회복하는 것을 더 원할 것이다. 환자의 호소내용과 영상 소견에 따른 정확한 진단은 진료의 기본이며 시작이다. 근관치료를 받은 후 약해진 치아를 크라운으로 장착했기 때문에 무리하면 충격을 받아 보철물에 구멍이나 금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이차 충치 발생으로 근단 수술까지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해 환자가 치료시기를 상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Tip

어떤 경우에도 영상은 객관적인 근거자료이다. 기본적인 판독 오류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인정하고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소비자원 팀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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