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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69번째] 잘못된 의학 정보의 위험성

Relay Essay
제1869번째

 

잘못된 의학 정보의 위험성

  

“옥수수를 먹고 나서 남은 대를 삶아 먹으면 잇몸이 좋아진다는데 정말인가요?”


“치커리를 갈아서 헹구면 시린 이가 없어진다는데 진짜인가요?”


“바나나 껍질로 이를 문지르면 이가 하얗게 된다던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진료실에서 또는 메일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이런 유의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구강 영역에 관해서 가장 큰 전문가가 치과의사이긴 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배운 지식과는 부합하지 않는 이야기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효과가 없다고 대답하는 것도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을 뿐 제대로 연구가 진행되었을 때 치의학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야 충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자일리톨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단순한 설탕 대용품이었고 20세기 후반까지도 당뇨 환자들이 먹던 감미료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옥수숫대나 바나나 껍질의 효능을 무조건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유의 소문은 자칫 환자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우선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부족합니다. 현재 제도권의 의술이라 불리는 것들은 다년간의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 또 다시 많은 임상 실험을 통한 후에야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허락 받은 술식과 약물들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술식이나 약물 중에서도 뒤늦게 부작용이나 효과 없음이 밝혀져 사용금지된 것들이 있을 정도로 의학은 심오하고도 위험한 학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민간요법들은 대부분 극소수의 사람에게서 임상적인 증상의 호전 효과를 보였을 뿐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인 근거도, 위험성에 대한 연구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음으로 부작용이나 다른 위험이 생겼을 때 대책이 없습니다. 의사나 치과의사의 존재 이유는 병을 고치는 데도 있겠지만 그 고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위험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대부분 식품을 이용하는 이런 민간요법의 경우 큰 부작용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여기에 대한 아무런 대안 없이 무작정 인터넷의 정보를 따라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표류하는 정보를 맹신한 나머지 전문가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옥수숫대를 삶은 물이 몇몇 잇몸 질환에 효과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잇몸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 통치약일 리 만무합니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라도 전혀 다른 원인에서 시작된 질병인 경우가 많은데 그 많은 병에 한 가지 약물이 모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잇몸이 아프다는 증상만 가지고 자가 진단을 내리고 비전문가가 올린 정보를 맹신해서 그대로 따라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자칫 병을 키우기 십상입니다. 특히 단순히 증상만 완화 됐을 뿐 병의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는 더욱 위험합니다.


이런 식의 정보에는 조회 수를 높이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이것만 하면 평생 치과에 가지 않아도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제도권 의료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이런 유의 정보가 자꾸만 늘어나는 데는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 의사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권 의술을 불신하고 근거 없는 방식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설령 그 방법이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후대를 위해 스스로 실험 대상을 자처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블로그나 게시 글의 조회 수를 위해 자극적인 글을 올려 타인의 건강을 망치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의학에 관한 것만큼은 무책임한 정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글을 단속하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승훈
이수백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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