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김동석 원장 이달의 추천도서
책 읽기 어려운 독서의 계절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저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계속 듣고 살아왔습니다. 책 읽기 선선하고 좋은 날씨, 약간 감상적으로 변하는 심리 상태가 책을 읽기에 더 좋고 수확의 계절이라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뭐 그런 이유에서 책 읽기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와 감정의 상태는 밖으로 더 나가고 싶은 즉, 야외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을이 되어서 일조량이 줄어들어서 생기는 문제들 때문에 가을에 야외 활동을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계절성정서증후군(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 가을에 늘어나는 이유도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집에서 책을 읽기 보다는 밖에서 햇빛을 즐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활동성이 떨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여름이나 겨울에 책이 더 잘 팔린다고 합니다. 계절에 따라서 책을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을이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인 것은 분명합니다. 야외활동과 독서 모두 조화롭게 해보는 가을을 보냅시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물고기 잡는 법이 아니라
바다를 그리워하도록 응원하는 것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행성:B잎새, 2013
아이의 미래를 궁금해 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모습일 겁니다.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까요. 사실 지금의 아이들이 가지게 될 직업의 50% 이상은 현재 없는 분야이고, 현재의 직업 중 50% 이상은 20년 안에 없어지게 될 직업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미래를 결정지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자료, 사례 등을 통해 아이들의 교육을 놓고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의 모습과 세계의 교육 트렌드를 보여주지만, 자녀교육에 있어 그 어느 쪽도 정답이라고 얘기하진 않습니다. 타이거맘이건 헬리콥터맘이건, 코알라대디건, 캥거루대디건 혹은 홈스쿨링이건 언칼리지운동에 동참하건, 모두 우리 아이를 행복하고 건강한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시험성적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욱 변화무쌍해질 미래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판에 박힌 ‘물고기 잡는 법’이 아니라 ‘바다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도록 만들어주는 응원’인 것입니다. 이런 교육 서적을 읽는다고 우리의 생각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겁니다. 현실은 다르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직면할 때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세요. 여러분의 교육의 맵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막기위해
거짓 믿음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동녘, 2013
사회의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 사회란 말이 생기기 전 일겁니다. 인간은 늘 평등한 삶을 살아오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건 좀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부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최고 부자 20명의 재산 총합은 가장 가난한 10억 명의 재산 총합과 같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20대 80의 법칙이 아닌 ‘0.1대 99.9’의 사회라고 말해야 정확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불평등 구조의 희생자들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 정상이지만 실제로는 분노하기는커녕 부자 감세와 복지 예산 삭감에 동의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없애 대기업이나 부자가 잘살게 되면 그 혜택이 바닥까지 적실 것이라는 ‘낙수효과’(Trickle Down) 이론을 들먹이면서 말입니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 기이한 현상의 비밀을 우리가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거짓 믿음들에서 찾습니다. 경제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 영구적으로 늘어나는 소비가 행복을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믿음, 인간들 간의 불평등은 자연적이라는 믿음, 경쟁은 사회 질서의 재생산과 사회 정의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믿음 등. 사람들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받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수에 대해 과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면에는 개인의 재능의 자연적 불평등에 대한 믿음이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바우만은 지적합니다. 결국, 사회적 불평등의 행진을 막을 방법은 거짓 믿음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바우만은 이 책에서 섣불리 희망을 노래하지 않습니다. 쉽게 현실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건 손쉽게 타협하지 말고 철저하게 사유하라고 강조합니다.
친환경 세제회사 ‘메소드’
일곱 가지 집착으로
실패 딛고 성공신화 일궈
『메소드 스타일』 한빛비즈, 2013
메소드라는 회사가 우리에겐 아직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생소한 이름이 아닙니다. 2000년 두 젊은이가 창립한 친환경 세제회사 메소드는 창립 10년 만에 ‘패스트컴퍼니’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고, ‘Inc.’ 500대 기업 중 7등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P&G, 유니레버 등 세제시장을 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점령했던 다국적 기업들을 제치고 미국 1위의 친환경 세제회사로 성장했습니다. 호기심에 인터넷에서 세제를 하나 구입했는데 제품을 받아보았을 때 제품의 품질과 용기 디자인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습니다. ‘느낌이 다르네’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군요.
메소드는 자신들이 성공한 이유를 한 번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의 혁신적인 제품이 때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물론 메소드의 아이디어는 늘 창의적이고 제품은 혁신적입니다. 하지만 메소드의 공동창립자이자 이 책의 저자들은 메소드의 성공 원인을 메소드가 늘 놓치지 않았던 일곱 가지 집착으로 설명합니다. 메소드의 일곱 가지 집착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전략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성공 스토리와 함께 작은 회사로서 그들이 겪었던 실패 사례를 매 집착마다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공보다 오히려 실패 사례가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왜일까요? 똑같은 실수를 늘 반복하는 우리에게 많은 자극을 주는 책입니다.
술 좀 마셔본 사람들이 쓴
유쾌하고 즐겁게
술마시는 방법
『취하는 책』 웅진리빙하우스, 2013
최근 와인 열풍으로 와인 마시기에 대한 책이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유독 특이한 책을 발견했습니다. 저자가 ‘술 좀 마셔 본 사람들’이라고 되어있고 내용을 보니 술의 역사와 유래부터 최고의 폭탄주 제조법, 술 마시면서 챙기는 건강 관리법까지 모두 수록되어 있더군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매일 되풀이하는 평범하고 때론 지루하기까지 한 술자리를 완전히 바꿔줄 술에 대한 모든 정보와 이야기를 키워드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사실 술에 대한 역사, 품질, 제조, 마케팅을 비롯해 문화와 궁극의 술 제조법까지 술에 관련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알고 술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고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술과 ‘싸우고’ 계신 분이라면 ‘적’을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겠죠. 깊이 있고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정말 ‘술 좀 마셔 본 사람들’이 쓴 유쾌하고 즐겁게 술 마시는 방법이 써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