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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 기행(2)>
흐드러진 메밀꽃 고향향기 느낀다

강원 평창군 봉평 추억 찾기 제격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소설 배경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 고요함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강원도 평창 봉평. 꿈같은 이 땅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봉평은 ‘메밀꽃 필 무렵’으로 인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해마다 메밀꽃이 필 때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이효석의 문학에 감동과 여운을 찾아 나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꽃구경으로 만족하고 막걸리 잔이나 나누며 시골 스러움을 맛보러 나선 사람들도 많다.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있으면 눈에 잡힐 듯 선하게 그려낸 봉평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풍광에 매료되고 만다. 이는 “나는 한결같은 마음속에 형상 없는 고향을 느꼈다. 잃어진 ‘고향’이 그리웠다.”는 이효석의 고백이기도 하다. 효석의 집은 봉평 남안동이다. 옆집 아낙이 용꿈을 꾸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논 몇 마지기로 꿈을 사서 잉태했다는 설이 있을 만큼 총명하게 자라났다. 평창보통학교에 입학하자 이효석은 하숙을 했는데 주말이면 평창에서 봉평까지 먼 길을 오가곤 했다. 평창에서 봉평으로 가는 길, 봉평에서 평창으로 가던 길. 이 길은 곧 소설 속에서 허생원과 조선달, 동이가 달빛을 받으며 걷던 길이기도 하다. 효석의 보통학교 시절에서 이미 ‘메밀꽃 필 무렵’이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봉평장의 모습은 옛날 같지 않다. 하긴 어느 곳인들 옛날 같은 곳이 있으랴! 대형 할인마트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그 규모의 좀스러움에 시큰둥하지만, 유년의 추억에서 시골장의 향기를 맡아본 사람이라면 주름진 할매의 이마에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소설 속에서 동이가 허생원에게 혼쭐이 나던 충주집은 표지석만 서 있고, 흥정천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면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꿈같은 밤을 보냈던 물레방아가 소담스럽게 복원되어 있다. 어떤 이들은 복원의 경박스러움을 탓했지만 그나마라도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인가 싶다.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려 물레방아간에 들어가질 않았나” 라는 소설의 문구를 그대로 옮겨 놓아 여기가 그 현장임을 암시해준다. 물레방아간 옆에는 작년부터 나귀 두어 마리를 묶어 놓아 소설의 감흥을 한결 더 전해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서 1km 남짓 가면 이효석의 생가다. 생가로 가는 길 주변으로 메밀을 심어 9월이면 눈이 내린듯, 소금을 뿌린 듯 눈부신 꽃잔치에 걸음이 절로 가볍다. 이효석의 생가로 가는 길은 2차선 아스팔트 포장으로 번듯하게 해놓아 별 힘들이지 않고 마당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정말 효석의 문학을 생각했더라면 논과 밭 사이로 난 개울을 따라 가야했던 몇 해 전 그 길이 더 아름다웠음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이효석의 생가는 강원도 산골집이다. 그러나 지금의 집은 옛날 모습이 아니다. 터 위에 다시 지은 것이라 한다. 그러나 강원도 산골 특유의 키 낮은 집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마루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방명록이 놓여있고, 집 옆으로 몇 해 전에 지은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찻집이 있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긴 하나 조금만 더 떨어져서 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봉평장에서 재미를 못 본 허생원과 조선달, 동이는 서둘러 짐을 싸 대화장으로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메밀꽃은 묘사되어 있다. 장평과 봉평, 대화는 삼각형을 그리는 구도로 자리하고 있다. 봉평장에서 대화장으로 떠나는 소설 속의 세 주인공. 달빛 교교한 산길과 메밀꽃. 그 밤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허생원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알싸한 그리움. 고요한 적막감을 깨우는 나귀방울소리, 어눌한 허생원의 눈에 든 왼손잡이 동이. 이번 가을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메밀꽃 필 무렵』한 권 들고 봉평으로 떠나자.
찾아가는 길 봉평은 9월초에 가야한다. 이맘때면 하얀 메밀꽃이 산등성이과 들, 냇가 등 곳곳에 피어 풍성한 가을을 축하한다. 장평IC에서 6번국도 봉평방향으로 잡으면 된다. 여기서 1km쯤 가면 오른쪽에 판관대라는 비석이 나온다. 이 비는 율곡 이이의 잉태지로 알려진 곳이다. 여기서 좀 더 가면 율곡과 아버지 이원수의 사당인 봉산서재가 있다. 좀 더 가면 봉래 양사언이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머물렀다는 팔석정이 있으니 들러보기 바란다. 봉평 시내로 들어가면 이효석의 생가를 알리는 표지가 잘 되어 있다. 메밀꽃을 풍성하게 감상하고 싶으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