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용기구 H제품. ‘특허받은 얼굴축소기구’라는 타이틀을 달고, “H만 있으면 나도 여신”이라며 광고하고 있다.
구성과 원리는 간단하다. 헤드폰 형태의 프레임을 머리에 쓰면 양쪽에 달린 가압판이 광대뼈를 압박하고, 추가 구성품인 밴드를 착용하면 처진 턱살을 위로 리프팅해준다는 원리다. 광고에서는 하루에 1~3시간 꾸준한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8일 KBS 소비자리포트에서 이 기구에 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H제품이 과장·허위성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고, 사용자 중 하악 통증, 얼굴변형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프로 ‘미용보조제품의 배신’ 편에 출연한 A씨는 H제품을 구매해 한 달 반 정도 꾸준히 사용하다가 아랫니가 비틀어져 치과치료를 받고 있고, 네 달 간 착용한 B씨는 하악에 강한 통증과 함께 광대뼈가 변형되면서 눈매가 변해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 얼굴 균형 잡고 교정효과 오인 소지 커
이에 대해 교정학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는 더 따져봐야 하지만, 이 제품이 내세우는 효능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대한치과교정학회(회장 황충주·이하 교정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는 한 치과의사는 “(지속적으로 광대뼈를 압박하면)연조직이 변형돼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 이런 기구를 착용해 영구적으로 브이라인을 만든다는 얘기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치과대학의 교정과 교수도 “부작용과의 인과관계는 좀 더 면밀히 따져봐야 하지만, 이 제품이 광고하는 효과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H제품은 ‘얼굴V라인기구’를 표방하면서 매끈한 얼굴라인, 얼굴 균형관리, 슬림한 얼굴라인, 처진턱살관리 등을 해준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과장광고, 허위광고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히 균형관리를 강조하는 부분에는 “얼굴 중심선이 맞지 않다. 아~벌리면 입이 틀어진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맞지 않는다”는 증상을 나열하고, “균형美→자신감UP”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정교합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착용을 통해 균형을 잡아주고 교정까지 해준다는 식으로 오도될 여지가 크다.
교정학회의 한 이사는 “의학적 근거가 없어, 효과가 있을 수 없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게 광고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백대용 변호사(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표시광고법에는 그 제품을 사용해서 그러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서 증명하게 돼 있다. (사용효과가 아닌)제품 자체에 대한 실험 결과를 가지고 어떤 의학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